"별로 걱정 안합니다. 우리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양전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유럽 시장의 수요 감소와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설비 확장 경쟁 등이 겹쳐 태양전지 가격이 하락하는 등 세계 시장이 격랑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예년에 비해 성장세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중 ·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낙관했다. 그는 "신기술 확보 등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41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1977년 냉동공조기를 만드는 신성기업(신성솔라에너지 전신)을 창업했다. 1982년에는 삼성전자의 제의로 반도체 장비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최초로 클린룸 장비(FFU)를 국산화하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태양광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2005년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분야다. 대체에너지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만큼 정책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는 판단 때문에 시장 진출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2007년께부터 일본 샤프,독일 큐셀,중국 선텍 등이 한창 성장하는 것을 보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태양광사업은 차세대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반도체 장비 사업은 반도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다 보니 부침이 심한 편이다. 반면 태양광은 향후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인 만큼 회사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최근 세계 태양광 시장도 공급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반도체 시장처럼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규모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 번에 연산 500메가와트(㎿)~1기가와트(GW) 규모의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규모인 유럽 태양광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 축소 여파로 위축받는 양상이다. 태양전지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태양전지 생산업계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태양전지 가격이 낮아지면 태양광 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 기회가 될 수 있다. "

▼최근 5기 라인 증설로 연산 300㎿ 생산설비를 갖췄다. 향후 증설 계획은.

"당초 300㎿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분수령이라고 봤다. 요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증설 속도가 더 빨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500㎿는 돼야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너무 앞서가고 있어서다. 기술은 중국에 앞서 있지만 규모 면에서 너무 격차가 나면 나중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2015년으로 잡고 있는 연산 1GW 체제 구축 시기를 2013년께로 앞당길 계획이다. 그동안 50㎿씩 증설했지만 앞으로는 100㎿씩 늘려 나갈 것이다. 현재 가동 중인 300㎿ 시설은 연간 4500억~5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규모다. "

▼2009년 국산 장비로 2기 라인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태양광 장비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국내 장비업체들과 모험을 시도했지만,당시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었기에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엠파워 SJ이노텍 등은 이제 태양광 장비를 해외에 수출까지 한다. 장비 국산화는 '1석3조'의 효과를 냈다.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단기간에 설비 구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산 장비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평균 1년3개월가량 걸리는데 국산 장비는 4개월도 채 걸리지 않는다. 부품 조달도 쉽다. 외산 장비는 설비 고장이 발생하면 2~3일 동안 생산라인이 멈춰서지만,국산 장비는 2~3시간이면 수리가 가능하다. "

▼태양광사업에 진출하면서 분사한 이유는.

"태양광사업 진출이 삼성 LG 같은 대기업처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한번 투자해보는 수준의 의사결정은 아니었다. 회사의 명운을 건 도전이었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위해 핵심 역량별로 회사를 분할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기존 사업영역을 유지한 채 신규 사업을 벌일 경우 리스크는 분산할 수 있지만,인센티브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분사 이후 그룹 전체의 성장세가 기대 이상이다. "

▼삼성그룹이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국내 태양광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어차피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광변환 효율 기술과 규모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1위인 현대중공업의 생산 규모(600㎿)는 중국 JA솔라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내 기업들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야 할 때다. 그래야 규모에서 한참 앞서가는 중국 업체들과 겨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삼성 LG 현대중공업 등이 국내 태양광 업체들과 손잡고 해외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최근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향후 주가 전망은.

"태양광 관련 주가가 전반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올해 생산물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로 가동률은 90%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태양전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주가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당 1만원대에 안착하는 것이 목표다. "

▼그룹 전체의 올해 경영전략은.

"수익 경영과 프로세스 경영이 올해 목표다.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이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익 경영을 통해 내실을 더 튼튼히 다져 나가려고 한다. 효율적인 경영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 목표를 달성하는 게 그룹의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