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벌이는 공방전은 눈뜨고 볼 수 없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 외엔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여야 간에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는,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조차 전혀 순수한 의도로 읽히지 않는다. 국민들이 짐작하기로는 이번 사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제가 잉태되어 이명박 정부에서 악성으로 발달한 것이다. 이 마당에 서로가 면책을 주장하는 치졸한 책임공방은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고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일종의 물타기 같다는 느낌까지 갖게 된다.

검찰 수사가 권력자의 실명이 거론되는 수순에 이르자 정치권이 돌연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하거나 진실을 매우 모호한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 새삼 전가의 보도인 국정조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다. 상식적으로만 보자면 저축은행 사태는 작년에 이미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등 해결의 절차를 밟아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G20 회의에 사활을 건 정부가 우선 움직이지 않았다. 또 정치권, 특히 민주당도 관련돼 있다는 일종의 믿는 구석이 정부 행동에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켜 왔던 게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이는 중수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 정치권의 누가 누구의 뒷배를 봐주고 뇌물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지금은 검찰만이 밝혀낼 수 있다고 본다. 현 정권의 실세가 관련돼 있다면 더욱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한나라당 일부 계파에서는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모양이지만 역시 발상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물론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정책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비리와 뇌물,협잡과 결탁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런 저간의 사정들이 정책을 비틀고 정상적인 금융감독을 저지하는데 이르렀다면 이는 백일하에 밝혀지는 것이 옳다. 정치권은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당분간은 입을 닫아주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진실에 이르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