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하나로클럽에서는 요즘 배추 한 포기를 960원에 팔고 있다. 지난해 가을 1만원이 넘던 것과 비교하면 '금값'에서 '껌값'으로 추락한 것이다. 가락시장 경락가도 지난해 9월 최고가에 비해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중국산 배추를 서로 먼저 사기 위해 마트에 장사진을 치던 게 불과 몇달 전인데 이제는 남아도는 물량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여기저기서 배추밭을 갈아 엎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극한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배추값을 보고 있자면 과연 정부가 농산물 수급 안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최근 배추값 폭락이 전적으로 정부 탓만은 아니다. 농가의 투기심리를 부추긴 산지 유통인이나 배추 재배를 무리하게 늘린 농가에도 책임은 있다. 하지만 지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배추 수확량이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농가에 봄배추 재배를 늘릴 것을 주문했고 농가는 재배물량을 작년보다 30% 이상 늘렸다. 하지만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지금까지도 출하되고 있는데다 중국산 수입증가, 소비감소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예측이 빗나갔을 뿐만 아니라 정보 부족으로 농민들만 또 당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를 통해 수급을 예상하고 물량을 조절하기보다는 산지 유통인의 의견만을 중시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땜질처방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농산물 수급과 가격 불안을 정부가 더 부추기는 일이 종종 생긴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 지급하는 산지폐기 보조금은 사후에 또 다른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농협 계약재배 면적을 늘려 수급안정을 도모하겠다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정부가 주요 농산물 품목별로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품목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농정에 대한 신뢰도 회복되고 배추값 널뛰기로 농민과 소비자만 골탕을 먹는 일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