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원자력발전소 폐쇄 방침에 국내 에너지 관련 종목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전 관련주는 급락한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하지만 실제 영향을 놓고 봤을 때 이 같은 주가 등락은 다소 과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다만 독일이 원전의 대안으로 해상풍력 활성화를 제시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오랫동안 소외됐던 풍력 관련주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원전 폐쇄 방침 덕본 신재생에너지주

원자력발전소 설계회사인 한전기술은 31일 6.27%(4000원) 하락하며 5만9800원까지 밀렸다. 반면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우려로 지난주 주가가 급락했던 OCI는 8.95%(4만500원) 반등하며 49만3000원까지 올랐다. 풍력 대장주인 태웅도 8.29%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공업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의 주가도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두산중공업이 2.24% 하락하는 동안 현대중공업은 10.75% 급등했다. 두산중공업은 5조원의 원전 수주 잔액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 원전주인 반면 현대중공업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앞서 독일은 2022년까지 자국 내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독일의 전력 소비량은 600테라와트(TW)로 한국의 1.5배 수준이다. 이 중 23%를 원전으로 조달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태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원전 전면 폐쇄 방침이라는 점에서 '원전 르네상스' 퇴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설치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관련주의 주가를 밀어올렸다.

◆'원전 르네상스' 저물까

애널리스트들은 독일의 원전 폐쇄가 국내 관련주들의 실적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원전 수출의 주대상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인 만큼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의 원전 감축에 따른 악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독일은 원전 감축에 따른 발전비용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나라"라며 "매년 큰 폭으로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는 신흥국가들이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남부 독일에서는 원전 폐쇄 영향으로 산업용 전기료가 45%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비판론이 대두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각국 정치인들이 반핵정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만큼 주가에 대한 악영향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원전을 포기할 수 없더라도 비슷한 정치적 제스처는 나올 수 있다"며 "실적만 놓고 보면 원전주 주가가 바닥이지만 매수를 권하기도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태양광보다는 풍력이 수혜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원전의 대안으로 해상풍력을 제시함에 따라 태양광보다는 풍력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해상풍력이 원전 대체 에너지의 근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발전단가나 발전소의 대형화 등에서도 풍력이 태양광보다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해상풍력 터빈을 상용화한 태웅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한병화 현대증권 스몰캡팀장은 "태양광 관련주의 상승은 지난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다 독일 원전 폐쇄 방침에 의한 막연한 기대감이 겹친 것"이라며 "태양광산업 전반의 공급 과잉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