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화석연료를 대체할 중요 에너지원으로 부각한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28% 수준의 원전 의존도를 2030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한 일본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게 최근 동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신재생에너지 붐의 중심에 태양광발전 산업이 있다. 태양이 비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풍력,조력 등 다른 대체에너지와 비교해 발전을 위한 제약이 적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2020년으로 예상했던 '그리드 패러티(태양광발전과 화석연료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것)'가 2015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는 등 경제성도 인정받고 있다.

◆태양광산업 올해 27% 성장 예상

태양광발전은 반도체 기술인 광기 전력 효과를 이용해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환경 오염은 물론 소음과 폭발 위험도 없는 청정에너지를 20년 이상 공급받을 수 있다.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원재료인 규석(Si)은 지표면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데는 높은 기술력과 많은 투자가 필요해 선발업체들만 수익을 보는 과점 시장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태양광전지 변환효율은 태양광 발전이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비싼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태양광산업은 전력 소비가 많은 미국 중국 일본보다 적극적으로 정부 지원을 진행해온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태양광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일본은 물론 중국도 2015년 10기가와트(GW),2020년 50GW의 태양광 발전 설치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기존 목표보다 각각 2배,2.5배 높은 목표다. 미국은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이 보조 발전원이 아닌 주요 발전원으로서 위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6% 급팽창한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은 올해 27%,내년 26%,2013년 2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간 시장을 주도한 유럽국은 보조금 축소로 성장이 둔화하는 반면 미국과 중국의 시장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원전 신규 설립이 상당기간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데 따른 공백을 감안하면 더 빠른 성장도 가능한 상황이다.

◆공급 과잉 우려 해소가 과제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4월까지 강세를 보이다 5월부터 하락세로 바뀌었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주요 태양광 발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 태양광 최대 시장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보조금 축소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 급락도 악영향을 미쳤다.

기존 업체는 물론 신규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폴리실리콘에서 태양전지 · 모듈에 이르는 모든 생산 단계에 걸쳐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태양광산업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완전 경쟁 체제여서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팽창하는 시장의 과실을 개별 기업이 향유할 수 있을지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시장은 생산 규모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단계별 가격 변동성에 따른 영향이 적은 기업,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기업,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앞서갈 전망이다.

태양광산업은 경제성과 기술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만큼 아직 변수가 많은 산업이다. 지금은 폴리실리콘을 기초로 한 결정질 태양전지가 중심이지만 기술 개발에 따라서는 실리콘 박막(a-Si Thin Film),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카드뮴텔루륨(CeTE),염료감응형(DSSC) 등이 부상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빠르게 하락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기술과 관련한 가변성을 줄이는 한편 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호재로 볼 수도 있다. 발전 단가 하락으로 태양광 발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데다,수익성이 열악한 전지 및 모듈,발전 시스템 분야에서도 이익을 내는 기업이 늘면서 투자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태양광 기업을 평가할 때는 생산 단계의 어디에 속해 있는지보다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잣대다. 기술력과 판매 단가로 승부하는 시장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 성장 가능성을 먼저 살펴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kdjsteel@goo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