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끝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들어온 유동성이 서서히 빠져 나가는 '슬라미(slami · slow+tsunami)'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31일 전망했다. 지진해일인 쓰나미(tsunami)와 달리 서서히(slow) 자금이 빠질 것이라는 의미다.

손 교수는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글로벌 투자포럼'에 참석,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서서히 유출되면 신흥국 증시가 급속한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주시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세계 경제의 4대 변수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 △유럽의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변화 △중국의 부동산 버블 등을 꼽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양적완화가 끝나더라도 금융시장의 변화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며 "이들 문제가 세계경제를 급격한 침체로 이끌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는 내년 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는 가계 부채를 꼽았다. 그는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한국도 수출에서 약점이 생길 것"이라며 "결국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가계 부채가 많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계 부채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도입한 경기부양책은 미국 월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 계속해서 승자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