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퀸' 양수진 "은퇴 후엔 골프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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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금랭킹 2위 기대주…롯데마트오픈 놓치며 슬럼프
10년 전 첫 스승 찾아 '초심으로'…두산매치 심현화에 4홀차 대승
10년 전 첫 스승 찾아 '초심으로'…두산매치 심현화에 4홀차 대승
양수진(넵스 · 20)이 '매치 퀸'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연거푸 놓친 우승컵을 국내 유일의 매치플레이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들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2위 양수진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투어 최강자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내 첫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퍼팅 난조로 아깝게 우승컵을 심현화(22)에게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또 심현화를 만난 그는 3홀 남기고 4홀 차로 대승을 거뒀다.
"롯데마트대회 마지막날 시작 전에 2타 차 선두였어요. 욕심내지 않고 편하게 쳤으면 됐을 텐데 꼭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다 퍼팅 난조로 우승을 놓쳤죠."
그는 현대건설 · 서울경제오픈에선 31위에 그쳤고,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한국여자오픈에선 8위에 머물렀다. 그때부터 퍼팅이 제대로 안 됐다. 급기야 러시앤캐시채리티클래식에서는 커트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커트탈락 뒤 바로 서울로 왔어요. 퍼터를 지난 동계훈련 때 썼던 오딧세이로 교체하고는 두산대회가 열리는 춘천 라데나GC로 향했죠.이틀 동안 퍼팅 그린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연습했더니 퍼팅이 나아지더군요. 샷감이 좋았는데 퍼팅감까지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
그가 퍼터를 바꾼 건 처음이 아니다. 작년까지 타이틀리스트 퍼터를 쓰다 동계 전지훈련 때 오딧세이로 바꾸고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놓친 뒤 작년에 쓰던 타이틀리스트로 다시 바꿨더니 독이 된 것.양수진은 "올 시즌 남은 기간엔 잘 맞든 안 맞든 바꾼 퍼터로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다른 체력에 장타력까지 갖췄다. 동계훈련 땐 드라이버 비거리를 더 늘려 최장 255m까지 날린 적이 있다고 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올해로 10년째인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프로로 데뷔한 2009년에도 그랬다.
"주목을 너무 받다 보니 처음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어요. 시즌 막판엔 체력도 떨어져 신인왕마저 놓쳤어요.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골프채를 처음 잡을 때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 돌아가 멘탈을 비롯한 기본부터 다시 배웠죠."
그 덕분에 지난해 우승 두 번을 포함해 톱10에 13차례 들면서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올 시즌 첫승을 신고했으니 이제 상금왕을 목표로 뛰겠다"며 "4승 정도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회장에서 화려한 복장으로 눈길을 끄는 그의 꿈은 골프계의 패션 아이콘이다. 그는 "골프팬들에게 골프도 잘 치고 옷도 잘 입고,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예쁜 프로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5세 때부터 미술을 공부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치는 어머니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공이 멀리 날아가는 게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그 길로 엄마에게 골프를 배우게 해달라고 졸랐죠.엄마가 처음엔 미술공부 계속해서 파리로 유학 가라며 골프 안 시키려고 했는데 결국 제 뜻대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어요. 은퇴 뒤엔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이에요. 패션감각을 살린 골프웨어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