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호재가 뿌리 깊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조정 요구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급등했지만 이날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변동을 부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 등 주요 수급주체가 모두 '사자'를 외치고 있음에도 프로그램 매물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점이 찾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리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며 경제지표 부진 등 걸림돌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격매수에 나서기보다 여유를 찾는 것이 좋다는 진단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점이 찾아지면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전날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폭발했다"며 "다만 '회자정리'라 하듯 만기일 전에 나갈 자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급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가 해결 가닥을 잡으며 유로화가 안정된 것에 주목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리스 내부의 긴축정책 반대세력과 그들의 액션 강도는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리스 야권과 노동계의 긴축정책 반대로 내부 균열이 심화되고 있어 문제 해결 방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대외 경제지표도 부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광공업생산은 전달 대비 1.5% 감소했고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중국 5월 구매자관리지수(PMI)지수도 전달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52.0을 기록했고,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도 전달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미 2차양적완화(QE2)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경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주 말로 예정된 고용지표 동향에 따라 한차례 출렁거림이 나타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기업실적 측면에서도 운수장비와 화학을 비롯한 기존 주도주 위주의 실적 개선이라는 한계점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수 상승에 따른 매기확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코스피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2117선)을 돌파한 만큼 5월초 하락갭이 발생한 2170~2180선까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존 주도주 위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반등 연속성 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변동성이 불규칙한 등락이 전개될 경우 추격매수보다는 트레이딩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추천했다. 특히 외국인과 투신권 매수가 집중되는 화학과 에너지, 조선 업종이 유망하다는 진단이다.

강현기 연구원도 "다소 여유를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며 "단기적인 기대수익이 폭발적이지 않아 조심스러운 시장 접근이 기회의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