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산 답사기'로 대박 낸 유홍준, 궁궐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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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밤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비오는 봄날 저녁, 일교차로 다소 추위를 느낄 수있는 날씨였지만 강연 30분 전부터 정독도서관 3층 시청각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 교수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못지 않았다. 유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늘어진 긴 줄은 끊이질 않았다. 강의 시간 직전까지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유 교수는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경복궁과 서울의 여러 궁궐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유 교수는 "경복궁은 자금성의 '뒷간'만하다는 이야기는 모두 한국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문화 사대주의가 경복궁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쳐 조선시대 이전 문화유산을 지키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유 교수는 흥선대원군을 예로 들었다.
유 교수는 "흥선대원군이 수년에 걸쳐 경복궁을 복원했다. 그래서 지금 경복궁의 모습이라도 남아있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 이라며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조선시대 말 모든 서원을 철폐했다. 때문에 쓸모가 없어진 조선시대 많은 관가가 대부분 소실됐다. 그래서 난 흥선대원군에 대해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 교수는 2004년부터 5년간 문화재청장을 맡으며 경복궁 복원사업에 힘을 쏟았다.
유 교수는 청장 시절 우리 문화유산을 전통 기법 그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최고 품질의 금강송 춘향목을 사용해 경복궁을 복원시켰다.
그는 "우리는 후손들에게 좋은 문화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며 "좋은 공무원은 주어진 예산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손들은 현재 상황에 맞게 적당히 복원된 문화유산보다 정성을 쏟아 복원된 문화유산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될 것" 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가 경복궁 복원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경복궁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드러냈다.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위치한 경복궁을 설계한 정도전을 높이 평가한 뒤 "경복궁은 바닥부터 경회루까지 자연에 거스르는 것이 없다. 경회루에는 세 곳에서 물이 들어오는데, 물을 다 빼면 바닥이 사선으로 돼있어 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연못 어느 곳도 고이는 물이 없어 썩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복궁의 바닥 또한 휼륭하다. 울퉁불퉁한 작은 돌이 있어 여성분들이 구두를 신고 가기엔 불편하지만, 맨들 맨들한 하얀색 돌로 궁궐의 바닥이 돼 있으면 보기에만 깔끔하지 낮에 빛이 반사 돼 눈이 부실 것이다. 경복궁 관리자에게 '언제가 경복궁이 가장 아름답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비오는 날'이라고 답하더라.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 자연스럽게 물길이 생겨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이 돌은 물길뿐만 아니라 빗물을 천천히 내려가게 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창덕궁에는 순종이 사용하던 차고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사용하던 궁에는 멋진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있다. 이것 또한 역사의 기록이다. 문화유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폐쇄하면, 그 문화유산은 곧 망가진다. 항상 곁에 두고 가꿔나가야 더 좋은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홍준 교수는 총 370만부 이상을 판매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새로운 시리즈를 가지고 최근 작가로 컴백했다.
신간의 부제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옛 시인의 시구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에서 원용한 이 문구는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강연의 내용처럼 신간에는 현재 복원 작업이 한창인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와 경북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합천, 충남 부여·논산·보령 일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도 부록으로 실어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유교수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 많이 복원하고, 아낄 수 있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비오는 봄날 저녁, 일교차로 다소 추위를 느낄 수있는 날씨였지만 강연 30분 전부터 정독도서관 3층 시청각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 교수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못지 않았다. 유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늘어진 긴 줄은 끊이질 않았다. 강의 시간 직전까지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유 교수는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경복궁과 서울의 여러 궁궐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유 교수는 "경복궁은 자금성의 '뒷간'만하다는 이야기는 모두 한국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문화 사대주의가 경복궁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쳐 조선시대 이전 문화유산을 지키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유 교수는 흥선대원군을 예로 들었다.
유 교수는 "흥선대원군이 수년에 걸쳐 경복궁을 복원했다. 그래서 지금 경복궁의 모습이라도 남아있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 이라며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조선시대 말 모든 서원을 철폐했다. 때문에 쓸모가 없어진 조선시대 많은 관가가 대부분 소실됐다. 그래서 난 흥선대원군에 대해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 교수는 2004년부터 5년간 문화재청장을 맡으며 경복궁 복원사업에 힘을 쏟았다.
유 교수는 청장 시절 우리 문화유산을 전통 기법 그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최고 품질의 금강송 춘향목을 사용해 경복궁을 복원시켰다.
그는 "우리는 후손들에게 좋은 문화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며 "좋은 공무원은 주어진 예산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손들은 현재 상황에 맞게 적당히 복원된 문화유산보다 정성을 쏟아 복원된 문화유산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될 것" 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가 경복궁 복원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경복궁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드러냈다.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위치한 경복궁을 설계한 정도전을 높이 평가한 뒤 "경복궁은 바닥부터 경회루까지 자연에 거스르는 것이 없다. 경회루에는 세 곳에서 물이 들어오는데, 물을 다 빼면 바닥이 사선으로 돼있어 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연못 어느 곳도 고이는 물이 없어 썩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복궁의 바닥 또한 휼륭하다. 울퉁불퉁한 작은 돌이 있어 여성분들이 구두를 신고 가기엔 불편하지만, 맨들 맨들한 하얀색 돌로 궁궐의 바닥이 돼 있으면 보기에만 깔끔하지 낮에 빛이 반사 돼 눈이 부실 것이다. 경복궁 관리자에게 '언제가 경복궁이 가장 아름답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비오는 날'이라고 답하더라.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 자연스럽게 물길이 생겨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이 돌은 물길뿐만 아니라 빗물을 천천히 내려가게 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창덕궁에는 순종이 사용하던 차고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사용하던 궁에는 멋진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있다. 이것 또한 역사의 기록이다. 문화유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폐쇄하면, 그 문화유산은 곧 망가진다. 항상 곁에 두고 가꿔나가야 더 좋은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홍준 교수는 총 370만부 이상을 판매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새로운 시리즈를 가지고 최근 작가로 컴백했다.
신간의 부제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옛 시인의 시구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에서 원용한 이 문구는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강연의 내용처럼 신간에는 현재 복원 작업이 한창인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와 경북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합천, 충남 부여·논산·보령 일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도 부록으로 실어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유교수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 많이 복원하고, 아낄 수 있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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