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 직원식당.지난달 중순 낮 12시 식당 한쪽에 설치된 'DJ박스'에서 가요 '안되나요' 전주가 흐르는 가운데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DJ를 맡은 잡화팀의 김태우 차장입니다. 오늘 첫 곡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직원식당에도 카페 만들면 안 되나요'라는 사연과 함께 신청해주신 휘성의 '안되나요'입니다. 안 되긴요. 됩니다. 점장님도 듣고 계시죠?"

목동점은 '안되나요' 의견을 즉시 수용,최근 식당에 '테이크아웃' 카페를 만들고,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커피음료를 1000~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점포는 지난달 중순 직원식당에 마이크와 대형 스피커,오디오 등 최신 음향시설을 갖춰 디스크자키가 신청곡을 틀거나 노래도 부를 수 있는 'DJ박스'를 만들었다.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들이 함께 모이는 식사시간을 즐겁게 만들고 소통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였다. 이곳에선 매주 월 · 수 · 금요일 점심시간에 협력사원들이 미리 신청곡과 함께 고충을 적거나 건의사항을 담은 사연들이 소개된다.

식당에 '바' 형태의 1인용 테이블이 놓인 것도 한 협력사원의 고충이 전해진 직후다. 지하주차장에서 미화를 담당하는 박주병 씨는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혼자 먹을 때가 많은데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면 불편하다"는 사연을 적어 보낸 것.

권경로 목동점 지원팀장은 "간담회나 면담,조회 등 소통채널이 있지만 이처럼 세세한 고충사항까지 토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평균 8~10통의 사연을 접수해 소개하고 내용은 바로 점장과 팀장에게 전달해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목동점 'DJ박스'는 최근 열린 현대백화점 경영전략회의에서 '우수 소통사례'로 소개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백화점은 여성 사원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직원식당 DJ박스'를 전국 점포로 확대,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