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복지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슈를 선점해 민생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책을 압축하는 단어 선택을 놓고 갈팡질팡이다. 일단 강도가 '센' 용어를 질러놓고 대중의 관심을 끈 뒤 각 정당의 이념에 맞게 다시 수정하는 식이다.

값 등록금이 대표적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학등록금 문제가 이슈가 되자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반값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바로 용어를 고쳐잡았다. 이 의장은 "국민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도 여기에 동의했다. 여야 모두 반값이란 용어가 부담 되기 때문이다.

추가감세 철회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4 · 27 재 · 보선 패배 이후 추가감세 철회로 방향을 틀고 이를 이슈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낮은 단계의 감세 철회'로 공식 용어를 바꿨다. 추가감세 철회라는 말이 민주당의 '부자감세'란 공격에 따라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에 대응해 한나라당이 '생애 맞춤형 복지'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민주당도 색깔론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어를 가다듬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최근 "복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므로 무상 대신 공적이나 책임을 앞에 넣어 부르자"는 한 트위터리언의 제안에 동의를 표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상이라는 말이 다소 무책임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은 중도 세력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느냐의 싸움"이라면서 "서민과 중산층이 원하는 사안을 해결해줄 정책에 대해 한 단어로 압축시킨 뒤 정당의 이념에 맞게,상대당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용어를 정제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