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올여름 직장인들의 '드레스 코드'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가 1일부터 공무원들까지 티셔츠를 입고 샌들을 신도록 권고하는 '슈퍼 쿨비즈(super coolbiz) 캠페인'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쿨비즈란 '시원하다(cool)'와 '사업 · 업무(business)'를 합친 말로 넥타이와 재킷을 착용하지 않고 티셔츠와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실내 온도를 섭씨 28도로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2005년부터 쿨비즈를 도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부터 '슈퍼'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종전보다 훨씬 파격적인 옷차림이 용인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보수적인 일본 직장 문화를 감안하면 드레스 코드가 확 바뀔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공무원 사회는 이미 술렁이고 있다. 외국 인사를 자주 접하는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상대방 외교 관계자를 만나러 가는데 샌들을 신고 나갈 수 없다"면서 "외무성에선 슈퍼 쿨비즈 도입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 시청의 한 공무원도 "반바지 차림으로 일하는 게 편하지만 주민들을 제대로 응대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은 슈퍼 쿨비즈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음료업체 이토엔은 1일부터 사원들의 티셔츠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선 그동안 7월은 돼야 반팔 정장 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의류업계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토마 나오키 유니클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소비자들이 슈퍼 쿨비즈 복장을 구입하는 데 1인당 평균 1만7000엔(22만4660원)을 지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니클로는 일본 정부와 함께 슈퍼 쿨비즈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기업들이 절전에 나서며 근무체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통신업체인 NTT는 도쿄 본사의 근무체계를 층별로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재택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장비 제조업체 고마쓰는 도쿄 본사에서 7~9월 3개월간 주말을 포함,주간 휴일을 3일로 늘리기로 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