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소규모 펀드 청산을 위한 제도 시행에 나선 지 1년이 됐지만 자투리펀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는 판매사 눈치를 보고 있고,금투협과 감독 당국은 소규모 펀드 양산의 문제점만 지적할 뿐 관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금투협이 또다시 소규모 펀드 해소를 위한 종합방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으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일 금투협에 따르면 1년 이상 된 설정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는 4월 말 기준 1885개(운용펀드 기준)였다. 이는 작년 5월 말 1812개보다 73개 더 늘어난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유행을 따라 신규 펀드를 내놓으면서도 자투리펀드 청산에는 나몰라라 한 탓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은 작년 5월 말 89개에서 111개로 22개나 증가했다. 하나UBS자산운용(16개),현대자산운용(10개),산은자산운용(10개) 등도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6월 금투협과 금융위원회가 '펀드 규모 적정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시행에 들어갔으나 지난 1년간 효과는 사실상 전무했던 셈이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펀드 운용 방식이 유사한 소규모 펀드를 합쳐 하나의 대형 펀드로 운용할 수 있는 모자형펀드 전환을 허용하고 소규모 펀드의 공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자산운용사가 1년 이상 된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를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수시공시 강화를 통해 자투리펀드 내역이 매월 공시되고 있지만 청산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금투협은 지난 주말 자산운용사로부터 소규모펀드 현황과 정리계획안을 받았으며,운용사와 판매사 간 소규모펀드 해소방안 협의를 적극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철배 금투협 집합투자본부장은 "판매사들에 소규모 펀드의 불합리함을 알리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며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소규모 펀드를 줄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3일 금융위와도 소규모 펀드 해소를 위한 종합방안 마련을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가 소규모 펀드를 임의해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절차인 수익자총회 면제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소규모 펀드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운용사는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적극적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연락하고 펀드 정리를 진행하는 판매사들이 청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며 판매보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판매사가 굳이 나서서 펀드 청산을 독려할 이유가 없다"며 "협회나 감독 당국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