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용품은 승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프로골프는 여러 클럽메이커의 제품 가운데 공인된 것을 자유롭게 택해서 쓰지만 대회 주최측이 공인한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가볍고 반발력이 큰 특성 때문에 선수와 감독들로부터 '예측 불가능한 공''슈퍼마켓에서 파는 싸구려 공' 등의 불만을 샀다.

열전을 거듭하고 있는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는 올해 볼을 교체했다. 2006년부터 5년간 볼을 공급해온 던롭 대신 프랑스 기업 '바볼랏(Bobolat)' 제품으로 바꿨다. 바볼랏 볼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단단해 컨트롤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회 직전부터 강력한 서브를 자랑하는 선수에게 유리한 볼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바볼랏과 프랑스테니스연맹은 "새 볼은 지난해 볼과 크기,스피드,리바운드 등 모든 면에서 똑같다"고 해명했으나 선수들은 달랐다. 세계 랭킹 3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ESPN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F1 그랑프리에서 새롭게 채택된 이탈리아 피렐리 타이어가 변수로 등장한 것처럼 바볼랏 볼은 프랑스오픈 승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렐리 타이어는 '슈퍼 소프트'로 접지력이 좋아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마모도 빠르다. 이 타이어에 맞는 전략이 승부의 관건이다.

그러나 프랑스오픈에서는 이변이 없었다. 지난 3월 시속 251㎞로 세계 최고 속도의 서비스 기록을 세우며 '광속 서버'로 등극한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는 새로운 볼의 이점을 얻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역시 '슬러거'로 유명한 밀로스 라우니치(캐나다),토마스 베디치(체코),존 이스너(미국)도 1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1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 8강에 오른 선수는 대부분 톱랭커들이다. 시즌 개막 이후 41연승 행진을 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2위 · 세르비아)와 페더러,세계 랭킹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앤디 머레이(4위 · 영국) 등은 어떤 코스에서 어떤 제품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코비치는 "바볼랏은 강력한 서브를 넣은 히터형 선수들에게 유리하지만 프랑스오픈은 흙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오픈 관계자도 "바볼랏 볼은 더운 날씨에 땅이 말라 딱딱해질 때 더욱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