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암운이 짙어가고 있다. 1분기 1.8%의 부진한 성장을 보인 미국은 주택가격까지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해 더블딥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는 갈수록 심화 확산될 조짐이고 대지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은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시장 붕괴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인도 경제도 올 들어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는 양상이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요국 경제지표가 경기둔화를 시사하고 있다"며 "깜짝 놀랄 만한 하락장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유가가 20%가량 더 오르면 필시 글로벌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금융위기 원인이기도 했던 파생상품 가치가 글로벌 GDP의 10배로 커졌다"며 또 다른 금융위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런 경고가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더블딥 가능성이 결코 낮지만은 않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경쟁적인 금리인하와 무차별적인 돈 살포로 그럭저럭 버텨왔을 뿐이다. 생산성의 증가 없는 경제성장은 허구의 논리에 불과하다. 결국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국면이다. 더블딥 주장은 이제 경기가 나빠도 대응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금리는 더 내릴 여력도 없다. 미국이 6월로 끝나는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처럼 돈을 살포하는 정책도 한계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 투자 소비가 전부 전달보다 부진했고 경기선행 및 동행지수 모두 올 들어 하락세다. 경기는 나쁘지만 고물가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올려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발 돌발 악재라도 터진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