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무상복지에 맞서) 재정의 마지막 방파제가 돼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2년4개월간의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윤 장관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반값등록금 등 정치권의 보편적 복지 요구와 관련해 "최근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무상이라는 주술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고립될 수 있겠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원칙의 문제에는 바위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만 "서민과 실직자 여성 노인 중소기업의 고단함을 배려하는 재정부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시장과의 소통도 주문했다. 윤 장관은 "관료는 늘 개입과 간섭의 유혹에 시달리지만 시장이 해야 할 일에 정부가 나서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보다 많은 분야가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으로 속절없이 추락하던 지표를 반전시켜 '교과서적 경기회복'이라는 외신의 평가를 듣기도 했다"며 재임시절 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윤 장관은 "항상 갑옷을 입은 채 전장에서 사는 느낌이었다"며 "지난 2년4개월간 한시도 벗을 수 없었던 마음의 갑옷을 이제 벗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이 늦어진 것을 재임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꼽은 뒤 "행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입법부와 전 국민이 인식을 새롭게 하고 힘을 모아야 하며 시간이 걸려도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 자체를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대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소득이 창출돼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서비스업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메가뱅크 및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윤 장관은 "모든 사안에서 민영화가 최선일 수는 없고 장단점이 있지만 관계부처에서 논의 중이므로 내 의견은 유보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 장관은 "경제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계속 변해가고 갈수록 어려워져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성과와 평판에 연연하면 안 되고 중장기적으로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후배 공직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는 말처럼 남보다 먼저 일을 도모하면 남을 앞지를 수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일상화하고 있으므로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9개월간의 짧은 장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유 장관은 "구제역과 전쟁을 치르느라 평소 구상해왔던 개혁 정책들을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