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흥동 정비사업부지 외곽에는 폭 12m,길이 20m짜리 길쭉한 모양의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건물 신축계획안을 살리면서 기부채납 비율을 맞추다 보니 공원 형태가 기형적으로 변한 것이다. 현행 기부채납 방식이 도로 · 공원 등 토지로 제한돼 있어 나타난 불합리한 사례다.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은 물론 각종 지구단위계획 사업구역의 기부채납 대상이 토지에서 도서관 · 보육시설 등 건물로 확대된다.

◆도서관 보육시설도 가능

1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 3월 마련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이달 중 시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 조례는 도로 · 공원 등 토지 위주로 이뤄지던 기부채납을 공공시설물인 건축물로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새 조례를 적용하면 도서관,주민센터,보육시설,문화 · 체육시설 등 다양한 공공시설 건물이 재개발 · 재건축 구역에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기부채납 방식이 제한적이어서 공원을 필요 이상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어 토지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었다"며 "건물 기부채납을 허용하면 지역 내 커뮤니티 활성화와 함께 공공시설 건설비 절감효과도 거둬 민간 · 공공이 '윈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구역 최대 253곳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단계의 모든 정비사업장 새 조례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재개발 · 재건축 · 도시환경정비사업(뉴타운지역 포함) 사업장은 추진위원회 87개 구역,조합설립인가 134개 구역 등 253곳에 이른다. 지구단위계획 사업이나 민간 소유의 대규모 개발 가능지에도 적용한다.

서울시는 조합 의사에 따라 기존 방식과 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강북의 재개발구역보다 상대적으로 주변 기반시설이 양호한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새로운 기부채납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반포유도정비구역이나 압구정전략정비구역,개포지구,잠원동 일대 재건축 단지 등에서 이 같은 기부채납 방식을 활용할지 주목된다.

◆사업방식 다양화…수익성 높아질 듯

기부채납은 통상 사업부지의 15~20% 선에서 결정된다. 서울시는 건물 기부채납 방식이 도입되면 기존과 비교해 공공에 제공해야 하는 사업부지 면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중수 주거정비과 정비계획팀장은 "건물 연면적을 감안하면 실제 기부채납토지면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사업부지 면적은 늘어나므로 조합의 수익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기부채납때 토지분을 건물로 환산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 등의 부담에는 차이가 없도록 조합이나 구청이 지역특성에 맞는 방식을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기부채납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시행자(조합) 등이 공공에 일정 규모 부지를 내놓는 행위.시행자는 기부채납에 따른 부담 정도만큼 용적률 상향조정,층수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