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이 위험하다기에 철저히 소액만 거래해 왔어요. 이제 좀 익혔다 싶었는데 시장을 떠나라니 막막할 뿐입니다. "

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에 개인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이 발표된 뒤 독자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ELW뿐만 아니라 2006년 도입된 옵션매수전용계좌까지 1500만원의 예탁금이 매겨지면서,파생상품시장의 소액투자자들은 짐을 싸야 할 형편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학교사를 하다가 증시에 흥미를 느껴 투자에 나선 A씨도 그런 사례다. 옵션매수계좌를 열고 주식투자금의 10~20%를 매매한다는 그는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국내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는 옵션이나 ELW 투자 외에 적절한 대처 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옵션 매도처럼 손실이 무한대로 나는 것도 아닌데 일괄적으로 1500만원을 예탁금으로 맡기라는 것은 너무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A씨 같은 투자자들은 기본예탁금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파생시장의 소액 투자자들이 갈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지수선물은 요즘 1계약에 1억3000만원이 넘어간다. 이 때문에 거래 단위를 쪼개 '미니' 지수선물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국거래소는 감독당국 눈치만 보고 있다. 이 틈을 노리고 무인가 미니 선물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레버리지 효과에 목마른 소액투자자들이 거래를 텄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 정규 파생시장에서 퇴출된 개미들이 이처럼 '음지'에 몰리면서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고민하던 투자자들 일부는 '버티기 전략'으로 돌아섰다. 한 옵션투자자 게시판에는 "포지션 1계약이라도 갖고 있으면 계속 매매가 가능할 테니 '연중무휴 홀딩'하면 된다"는 이른바 '까치밥 전략'에 대한 글이 최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파생시장 활성화를 내세워 시장을 열어놓고,이제 와서 극단적인 진입장벽을 쌓으니 충격이 큰 것"이라며 "미니선물 개발 등의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의 또 다른 '음지'가 문제 되기 전에 금융당국이 한번쯤 귀기울였으면 한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