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조만간 소환하는 것을 계기로 지난해 정부의 부실 저축은행 늑장 처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엔 이상하리 만큼 소극적이었다"는 김 전 원장뿐만 아니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최중경 전 경제수석(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저축은행 부실 사태 처리 방안을 논의했으나 참석자들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부실 징후가 확연했던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2,3개 저축은행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때였고 매주 화요일 열린 청와대 서별관회의 안건으로도 수차례 올라갔다는 것.

한 관계자는 "진 전 위원장은 공적자금을 넣어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의 주장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묻힐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G20 정상회의 준비에 몰두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진 위원장의 의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 전 수석도 공적자금 투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전 수석은 진 위원장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사이가 나빠 금융당국과 청와대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막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와 함께 핵심 정책 당국자들의 입장이 당시 어떻게 달랐는지,청와대 참모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20 정상회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부실 저축은행 처리 시기를 올해 초로 미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청문회에서 "작년 11월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또 한번 금융 문제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며 "이게 심각한 위기와 더 큰 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별관회의는 작년 8월 말까지 계속되다 G20 준비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 11월 중순 재개됐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