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기대감 등으로 건설주들이 간만에 힘을 내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과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주가를 짓눌렀던 악재가 걷히고 실적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건설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이끈 덕분에 건설업종지수는 208.59로 2.08포인트(1.01%) 올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3포인트(0.05%) 내린 2141.34에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중동 아프리카 등의 대규모 해외 수주가 구체화되면 대형 건설사들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랠리 시작되나

대형 건설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증시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날 4.25%(4500원) 치솟아 11만500원에 마감됐다. 2분기 실적 호전 기대감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24만2000원으로 2.02%(5000원) 떨어졌지만 전날까지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차기 주도주 후보군으로 기대를 모았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 능력을 입증한 건설사들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4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 온 GS건설은 이날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자문형 랩어카운트 열풍으로 영향력이 커진 투자자문사들도 대형 건설사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자문형 랩으로 추정되는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군에 포함되고 있다.

◆해외 수주로 실적 모멘텀 부각

계절적 비수기에다 중동 아프리카 등 대규모 발주국의 정국 불안까지 겹쳐 국내 건설사들은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냈다. 여기에 아파트 미분양사태와 부실 PF문제까지 불거지며 건설주들은 3월 이후 상승랠리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하지만 6월을 분기점으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공사 규모만 465억달러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프로젝트 입찰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GS건설 등 10개 글로벌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입찰가,시공능력 등 국내 건설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달 말 수주 낭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황 부진 등으로 국내 수주시장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지난 1~4월 주거용 건축 수주와 공공 분야 토목 수주는 전년 대비 각각 8.2%와 1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입찰이 잇따르면서 국내 건설경기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입찰을 시작으로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의 플랜트 및 사회기반시설 조성 프로젝트 입찰이 대기 중이다.

조 연구원은 "중동 아프리카 등이 투자 재원으로 삼는 유가 급락 등 변수를 빼면 하반기에는 대형 건설사의 대규모 수주 물량 확보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