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 이상 급락하며 2100선을 내준 채 출발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돈데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점차 낙폭을 축소, 오전 10시47분 현재 1.05% 떨어진 2118.95를 기록하고 있다. 장중 212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는 장 초반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날 국내 증시를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차익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계속 사들이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좋지않은 만큼 향후 추가 정책이 나오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날 외국인 선물매도와 프로그램 매매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2.32% 급등할 당시 윈도드레싱 효과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 됐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빠지자 코스피도 장 초반 급격히 밀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5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9% 가량 하락해 이날 장 초반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저가매수가 유효한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날 코스피지수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문제는 유럽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민간 고용조사업체인 ADP에 따르면 미국의 5월 민간고용은 전월대비 3만8000명 증가했다. 이는 시장전망치(17만5000명 증가)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도 시장 예상치(57.1)를 크게 밑도는 53.5를 기록하면서 20개월래 최저치로 급락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경기는 지난해부터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제조업 지수가 나쁘다는 것은 경제 한 축이 훼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 미국은 소비 비중이 큰 나라인 만큼 고용시장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경제지표가 둔화된 것은 일본 대지진으로 제품 공급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며 "2분기 실적발표가 가시화되는 이달 말쯤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미 2차 양적완화정책이 종료되면 달러는 강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그때 비차익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자금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대비책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조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모멘텀(상승 동력)이 없기 때문에 'V자' 반등은 힘들 것"이라면서도 "장기 추세가 훼손되지 않고 있는 만큼 저가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원도 "이달 은행이 자문형 랩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데다 주식헝 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며 코스피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도 9.7배로 신흥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 분할매수에 나서도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고 추천했다.
반면 박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밑돌지 않는 이상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