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손 안의 전화·PC·카메라…블루오션 키워드는 '창조적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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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저노믹스 | 이상문·데이비드 올슨 지음 | 임성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304쪽 | 1만5000원
"혁신제품·서비스 창출…'이종결합'이 곧 경쟁력"
고객과 소통하며 창조하라
"혁신제품·서비스 창출…'이종결합'이 곧 경쟁력"
고객과 소통하며 창조하라
미래학자 레이 커즈웨일은 인류 사회가 '특이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등의 기술적 진보가 이어지면서 불로장생의 신천지로 들어서는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이점은 상정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순간을 말한다. 우주 탄생의 빅뱅처럼 그 이후에는 종전과 본질적으로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는 가설적 상황을 의미한다.
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의 상상이 오늘의 현실이 돼 있기도 하지만 미래엔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까지 내달을지 아무도 모른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경제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매일 일어나는 크고작은 변화는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예측 불가능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융합'이 키워드란 것이다. 이종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아 판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이란 얘기다. 융합의 큰 물결은 이미 생활속에까지 들어와 있다. 정부도 신성장동력으로 6개 첨단 융합산업을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 석좌교수이며 우송대 명예총장인 이상문 박사는 새 책 《컨버저노믹스-융합경제,제4의 물결》에서 '창조적 융합'을 통한 블루오션 개척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더 나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융합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그는 글로벌화,디지털화,산업구조의 재편 등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융합의 진화'를 점검한다. 디즈니 캐릭터를 결합한 전동칫솔과 같은 부품 · 제품의 작은 융합에서 조직과 산업의 융합,자유로운 무역환경을 지향하는 국가 간 경제 융합까지 살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융합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이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융합혁명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독립된 주체로서 각자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거나 최적화하는 데 주력했다. 벤치마킹,차별화,비용 리더십,글로벌 전략,고객중심 경영 등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써왔던 전략들이다. 그러나 그는 기업들의 이 같은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더라도 블루오션의 개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제로섬 게임에서 몫을 증가시키는 정도라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을 주문하는 까닭이다.
우선 구매와 생산,배송 경로 등 가치사슬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웃소싱,린제조,직접마케팅 등 알려진 방식은 물론 새로운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 고객가치의 재창조도 요구한다.
비용과 품질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이제 비용과 품질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 충족시킬 수 있는 '속도',고객의 기대 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고객화',아름다움 추억 등 미적인 요소인 '고객의 감정적 욕구'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융합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객기반도 재정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고객은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고객,글로벌 고객,고객 공동체,미래고객 모두를 고객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미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요소와 방법을 결합해 높은 수준의 최적화를 이루는 '유비쿼터스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물론 융합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융합의 산물이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부작용도 나타나고,이른바 '기능피로감'을 유발해 기업의 생산성까지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는 '기술공학'이 아닌 '고객과학'에서 융합의 기회를 탐구해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융합은 어디까지나 고객에 기초한 '공동창조(co-creation)'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도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순한 발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이 좋아해야 하는 것'을 찾아 융합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