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주식혼합형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지면서 운용사들도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주식혼합형 펀드들을 줄줄이 출시하는 중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신규 설정된 국내 주식혼합형 펀드는 34개에 달한다. 이는 직전 3개월(18개)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출시된 주식혼합형 펀드들은 '절대수익형'이나 '월지급식'을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 1일부터 매월 분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신한BNPP 달마다 행복 증권 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시장금리+α수익을 목표하는 절대수익 추구형 '한국투자 셀렉트리턴 증권(주식혼합)'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한달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정성을 중시한 펀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일반적으로 주식의 편입 비중을 90% 이상 가져가는 것에 비해 주식혼합형 펀드는 주식 비중을 최대 0%까지 낮출 수 있으며, 보통 50% 내외로 운용되고 있다.

정현철 한국투신운용 대안투자(AI)팀장은 "주식형 펀드는 주식을 최소 60% 이상씩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비중을 조정하기 힘들다"며 "주식형 펀드보다 채권 비중을 높인 주식혼합형 펀드는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퇴 이후를 대비한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끄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황인욱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파생대안운용본부 펀드매니저는 "월지급식 펀드는 적립식 펀드와 반대 개념"이라며 "매월 일정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분배금으로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지급식 펀드는 원금 손실이 안 나면서 매달 분배금을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하므로 하락장에서 방어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식혼합형 펀드는 하락장에서 주식형 펀드보다 선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조사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3.90% 떨어지면서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3.08%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혼합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76%로 하락폭이 절반에 그쳤다.

다만 증시 상승기에는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에 못 미쳤다. 최근 1년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0.57%에 달했지만, 주식 혼합형 펀드는 15.74%였다.

정 팀장은 "주식혼합형 펀드는 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성향의 투자자에게 걸맞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엔 역시 '혼합형' 펀드…3개월새 출시 두배 늘어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