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11 · 11 옵션쇼크' 등 관련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검찰에 맞설 무기로 하나같이 '델타헤지'를 들고 나왔다.

2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지난 3월 국내외 증권사들의 ELS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현재 보완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한상대 지검장이 "증권사들의 델타헤지 주장에 대한 반박논리를 빈틈없이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외국계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RBC),BNP파리바와 국내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등 4개사는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ELS 고객들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지난해 3월 검찰에 고발당했다.

ELS는 코스피200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금융상품.약정계약 때 'A사 주가가 향후 1년 동안 10% 이상 오르면 만기일 투자원금의 10%를 이자로 준다'는 식이다. 이때 A사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는 약속한 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시세조종으로 A사 주가를 낮추면 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 RBC는 2009년 4월 SK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만기 상환일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 SK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은행과 증권사가 고의로 대량 주문을 내 주가를 하락시켰다는 입장이지만 은행 등은 "다른 여러 개의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와 관련해 총체적으로 델타헤지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삼성SDI 주식 100억원 규모 ELS라고 하면 증권사가 100억원어치 주식을 사서 만기까지 수시로 소규모의 헤지거래를 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줄 돈을 불려야 한다"며 "비슷한 계약이 여럿 있으면 거래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11 · 11 옵션쇼크'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도이치은행도 "정당한 델타헤지였다"는 주장을 편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대한전선과 도이치증권 간 시세조종 사건에서도 양측이 '델타헤지'를 주장했으나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것을 근거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델타헤지는 증권사 등이 시세조종 의혹을 받을 때마다 내놓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 델타헤지

delta hedge.주식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금융파생상품 가격이 달라지는 데 따른 위험을 제거하는 헤지방법.예컨대 코스피200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주식을 사거나 코스피200 선물을 매입하는 식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