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줄었다지만…수도권은 악성 재고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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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전국 7만2232가구…53개월來 최저
파격 할인ㆍ떼분양에도 준공 후 미분양 절반 넘어
파격 할인ㆍ떼분양에도 준공 후 미분양 절반 넘어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 계약자협의회는 잔여물량 특별분양을 놓고 시행 · 시공사와 소송 일보 직전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건설사가 직원 이름을 빌려 분양한 아파트를 다시 내놓고 특별할인까지 해주고 있다"며 "기존 계약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갑작스런 매물 등장과 특별할인 탓에 공급면적 163㎡ 매물이 147㎡ 분양가(6억5000만원)보다 낮은 6억2000만~6억3000만원에 나왔다. 협의회 측은 4600여가구 중 1500가구가량이 직원 관련 물량이라고 주장했다.
◆미분양 물량,정상 수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줄고 있지만 수도권에선 준공 후 미분양 등 악성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격조건의 할인판매가 이뤄지고 숨겨뒀던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계약자와 시행사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2232가구로 직전 달에 비해 5340가구(6.9%) 감소했다고 2일 발표했다. 2006년 11월 6만9597가구 이후 최저치다. 미분양이 가장 많던 2009년 3월 16만5641가구보다 56.4% 줄어든 규모다.
수도권은 2081가구 줄어든 2만5008가구,지방은 3259가구 감소한 4만7224가구로 집계됐다. 부산은 2305가구로 15.7%,서울은 1855가구로 11.8%,광주광역시는 717가구로 10.9% 각각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미분양 물량은 전체 공급의 15% 이내"라며 "연간 공급을 50만가구로 보면 7만~8만가구가 정상치"라고 말했다.
◆미분양 털기…품위유지비까지 지원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지만 수도권에선 미분양 털어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떼분양(분양대행업자 수백 명을 동원한 판매)'으로 가격할인,잔금유예,품위유지비 · 이주비 지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서울 하월곡동 C아파트는 '분양대금 80% 입주 2년 후 납부'조건으로 미분양 세대를 팔고 있다. 고덕동 I아파트는 남은 물량을 15% 할인판매 중이다. 인천 송도신도시 D사는 가구당 4000만원 할인에 중도금 이자후불제,발코니확장 · 시스템에어컨 무상제공 등을 내걸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주변 시세와 비슷해졌지만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기 일산시에 짓는 주상복합은 계약금 3000만원만 내면 2년 후 입주 때까지 매달 70만원을 품위유지비로 준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고객이 상류층이어서 품위유지비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삼송지구 I아파트는 이주비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악성 재고가 원인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분양 통계와 수도권 현장이 이처럼 다른 데 대해 "소비자들이 이미 외면한 준공 후 미분양과 중대형 미분양이 그대로 남아있는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미분양이 최대였던 2009년 3월 준공 후 미분양은 5만2665가구,올 4월은 4만5가구다. 전체 미분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1.8%,55.4%다. 중대형 미분양 비중은 각각 56.2%,64.5%로 나타났다.
준공 후 미분양 중 중대형 비율은 전국이 70.8%인데 수도권은 83.6%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완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은 10가구 중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대형이 8가구 이상이라는 얘기다.
부동산마케팅 업체인 도우산업개발의 이창우 이사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 2009년 이후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민간 중대형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 현장은 초상집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규호/김진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