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세청이 세계 4대 곡물 메이저를 세금 탈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창출한 소득을 조세가 낮은 지역으로 빼돌린 뒤 아르헨티나에서 소득을 적게 신고했다는 것이다. 한 해 동안 이들 메이저가 탈루한 것으로 밝혀진 금액만 8억6800만달러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검찰에 고발된 업체는 미국의 카길(세계 1위)과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 2위),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3위),아르헨티나의 벙기(4위) 등이다.

리카르도 에체가라이 아르헨티나 국세청장은 1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농산물 가격이 뛰었던 2008년 4개 업체들은 매우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이들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신고한 수익은 극히 적었다"며 "그해 말 해당 기업의 수출국 및 아르헨티나와 조세 정보 교환 계약을 맺은 국가에 신고된 정보들과 아르헨티나 국세청 및 세관에 제출된 정보를 비교한 결과 세금 탈루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국세청이 이들 곡물 메이저에 부과할 세금 미납분은 벙기는 4억7600만달러,카길은 2억5200만달러,루이드레퓌스는 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이들 4대 메이저의 점유율은 75%(2009년 기준)에 이른다. 아르헨티나는 옥수수 수출 세계 2위국이자 대두 수출 3위국이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벙기는 아르헨티나보다 세금이 낮은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사무소를 차린 뒤 2007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의 수출은 모두 몬테비데오를 통하도록 했다. 아르헨티나 사무소의 매출은 '제로(0)'로 신고했다. 에체가라이 청장은 "몬테비데오 사무소는 직원 몇 명만 고용했고 직원들이 사용한 집기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출입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들 회사가 곡물을 구매할 때 유령회사를 이용했고,매출이 많더라도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높이는 수법으로 수익을 줄여 신고하거나 세액공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