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들이 중국고섬 주식예탁증서(KDR)를 싱가포르 원주로 전환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거래가 2개월 넘게 중지된 상황에서 '국내 상장이 폐지될 조짐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달 말로 미뤄진 주주총회가 사태 정상화의 계기가 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중국고섬은 2일 국내 증시에 2차 상장된 KDR 40만2500주가 지난달 싱가포르 원주로 해지됐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약 16억원에 해당한다. 주주들은 처음 상장된 3000만주 범위 안에서 한국예탁원을 통해 원주를 KDR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KDR을 원주로 해지할 수 있다. KDR 1주는 싱가포르 원주 20주 가치와 같다.

이번 해지 물량은 전체의 1.34%에 불과하지만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고섬은 지난 3월 말 회계 불투명성이 지적되며 싱가포르와 국내에서 모두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일각에선 국내 상장 폐지를 우려한 일부 주주들이 미리 KDR을 원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상장을 주관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원주 거래 절차가 복잡해 개인이 아닌 기관이 원주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KDR은 상장폐지돼도 원주로 전환이 가능해 당장 '휴지조각'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내 상장폐지가 싱가포르 원주 가치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높다.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 거래소는 신중한 입장이다. 거래소 공시 담당자는 "주주총회 2주 전,즉 최소한 오는 16일까지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상장폐지 대상이 아니다"며 "중국고섬의 특별감사가 예정보다 길어져 주주총회 기한이 또 미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주총회 일정에 변화 없이 감사보고서 제출기한까지 넘기면 국내 규정상 상폐 여부 심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유미/안상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