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군데가 대체 어디입니까. 실체를 밝히세요. "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눈과 귀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입에 쏠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김 총리에게 "저축은행 감사 당시 오만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는데 누구냐"며 실명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김 총리는 "감사원장 재직 시절 서민금융기관 전반을 감사할 때 굉장한 감사 저항이 있었다"며 "'민간 저축은행을 왜 감사하느냐,엄정하게 감사하면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으로 이어져 경제 혼란이 일어난다'는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압력설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에서는 자기들에게 맡겨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테니 감사원은 감사를 자제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금감원장이 면담까지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이 '오만군데가 아니지 않느냐'며 청와대와 정치인 연루설을 재차 따지자 김 총리는 "'오만'은'5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많다는 뜻이다. 청와대,여야 정치인,광주일고 출신은 없었다"며 발언에 책임지겠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저축은행 사태의 전 · 현 정부 책임론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이동관 언론특보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명까지 거론하며 확전에 나섰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올 1월 삼화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청담동 퓨전한식집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곽 위원장,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만났는데 이후 삼화저축은행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인수돼 살아났다"고 로비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친이계(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민주당 저축은행사태 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을 정조준하며 맞불을 놨다. 장제원,진성호 의원은 "박지원 의원은 과거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고,이번에도 보해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데 진상조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신지호 의원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007년 세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는데 김 대표가 체류한 2007년 12월에는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도 캄보디아에 있었다"며 연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신상발언을 통해 "김양 부회장을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캄보디아 친선협회 회장으로 방문한 것을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폭로하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