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북측의 폭로는 결코 가볍게 듣고 넘길 일이 아니다.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돈 봉투를 내놨다거나 천안함 ·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해 북측의 사과를 애걸하다시피 했다는 북측의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돈을 받고 팔았던 것은 북한이다. 북한과는 돈을 주지 않으면 거래가 안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설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조차 돈을 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남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김정일 정권의 황당한 주장을 듣고 있어야 하는 것도 분단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고통의 하나다.

그러나 보통의 국민이 더욱 황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일 것이다. 그동안 투명하고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강조했던 정부의 대북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우리는 남북간 비밀접촉 자체에 대해선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이 없다. 상황이 꼬였을 때는 그런 방식도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과 원칙이다.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함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변화를 요구해왔다. 우리는 그중 어느 것 하나 달라졌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다.

정부가 정상회담을 세 번씩이나 갖자고 제안했다는 것도 납득할 길이 없다. 무슨 정치쇼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기획부터가 도저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예인 공연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접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는 것도 그렇다. 중국에 가서 세상이 바뀐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도 북한으로 돌아가는 순간 모든 걸 까맣게 잊어버리는 독재자 김정일이다. 거대한 정치감옥의 싸구려 독재자 얼굴을 서울 한복판에서,그것도 인공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봐야 한다는 것은 정말 역겹다. 정부의 대북정책도 결국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기회주의에 불과했다는 자기고백이 되고 만다. 정부는 "북한에 면죄부를 줄 생각 없다"고 뒤늦게 원칙론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실로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