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여명의 최정예 전사들이 페르시아군에 맞서 테레모필레 협곡을 사수했듯이 우리도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정부 곳간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

2일 경제부처 수장에 취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지 포퓰리즘과 재정 건전성'을 화두로 던졌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며 "지금 당장 편한 길보다는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가시밭길을 떳떳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공동목초지 비극'을 막기 위해 나라 곳간의 파수꾼 노릇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균형재정 달성에 주력"

박 장관은 "복지 패러다임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일하는 복지'를 기조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변화된 상황에 맞게 아픔이 있고 욕을 먹더라도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연립방정식을 푸는 과정과 같다"며 해법 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부담 완화,대학 경쟁력 향상,대학 자구 노력 유도,지속 가능한 재정 등 4가지 목적 함수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허근(虛根)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체감경기 개선에 중점"

박 장관은 "지표보다는 체감경기 개선에 중점을 둬야 서민에게 온기가 전달될 수 있다"며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거시 운용 목표의 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에는 시장친화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대안을 고민하고,세제 금융 예산 조달 등의 제도를 고용 유인형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불확실하고 복잡한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해서 이달 말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할 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목표치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선 "본연의 목적인 서민금융보다는 고위험 고수익 등에 탐닉한 대주주들과 부실이 나타났을 때 구조조정 방편으로 인수 · 합병에 의존하게 만든 당국의 규제 완화,금융당국의 감독 소홀,검사 과정의 비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규정했다.

◆"국민에 감동 주는 정책 펴겠다"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이 아쉬웠다고 말한 서비스 선진화에 대해선 "핵심 사안에 대해 이익집단의 반발 등을 극복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며 "추진하는 방법론 측면에서 새로운 전략은 무엇인지,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재정부 내부 인사 원칙에 대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공직자는 뜨거운 가슴이 더 중요하다"며 "진정성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는지가 인사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 전 장관에 대해 "노래를 부를 때 앞사람이 너무 잘 부르면 부담되는데 지금이 딱 그런 심정"이라며 "TV 인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처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종태/서보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