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그동안 불합리한 것으로 지적돼온 요금제도의 기본 골격을 수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용 성향에 맞춰 직접 요금제 항목을 설계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비나 기본요금 등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통신사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돼 소비자와 통신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요금제 직접 구성

이번 발표 내용의 핵심은 9월부터 SK텔레콤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기본료가 1000원 인하된다는 것이다. 정액 요금제나 결합상품 가입자도 일괄적으로 1000원씩 할인 혜택을 받는다. SMS(문자메시지)가 월 50건씩 무료로 제공되고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선불 이동전화의 초당 요금도 7월부터 4.8원에서 4.5원으로 낮아진다. 기존 초고속인터넷 일반 상품 요금도 이달 중 2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20% 인하된다.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가 도입됨에 따라 7월부터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직접 음성,데이터,문자 사용량을 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월 4만5000원 정액 요금제의 경우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500MB 등으로 정해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7월부터는 이 항목을 소비자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소비자는 월 데이터 사용량을 1GB(1만5000원)로 정하고 음성은 최저인 150분(2만8000원),문자는 무료 제공 50건을 선택할 수 있다.

단말기 식별번호 관리 제도도 개선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통사에 가야만 휴대폰을 구입하고 개통할 수 있는 현 제도(화이트리스트)를 제조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사도 개통이 가능한 제도(블랙리스트)로 변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7월 중 수립할 계획이다.

이번 인하 방안은 SK텔레콤 가입자만 해당되지만 KTLG유플러스도 조만간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SKT 연매출 7500억원 감소

하지만 소비자들이 얼마나 인하 효과를 피부로 느낄지는 미지수다. 문자 서비스 무료 제공 확대는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메신저 서비스가 확산된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본료 인하도 마찬가지다. 주로 5만5000원에서 6만5000원의 정액 요금제에 가입해 있는 스마트폰 가입자들의 경우 1000원 인하는 체감하기 어려운 혜택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본료 1000원 인하로 연간 3120억원의 매출이 감소하고 문자메시지 50건 무료 제공으로 177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연 75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업 요금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이 국가기간통신망을 활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공개념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정부가 도를 넘어서는 압박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신 없이 정치권에 휘둘린 방통위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만들어 낸 한 편의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