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근로자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계속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2명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부인한 원심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이후 재계와 노동계가 서로 양보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에서 지난달 27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익위원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노동계에서는 원사업주의 사용자성과 책임성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경영계에선 도급계약의 본질을 무시하고 시장경제의 계약 질서를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모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청업체가 작업의 일부를 하청업체에 위탁하되 사내에서 작업하도록 하는 사내하청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종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조사 대상 300인 이상 사업체 40%에서 사내하도급 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업체의 근로자는 하도급업체의 정규직 근로자이기는 하나 많은 하도급업체가 영세 중소업체이기 때문에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 공익위원안은 원청 사업주와 수급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적시함으로써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주요 조항을 보면 수급 사업주는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해 교부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원사업주는 도급계약 체결 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인건비 단가를 최저임금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법에 정해져 있어 준수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권리가 철저히 보호되도록 강구한 것이다.

또 사내하청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수급사업주가 교체되는 경우에도 원사업주,신구 수급사업주가 협의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고,원사업주가 신규 채용을 하는 경우 사내하청 근로자 중 적격자가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공익위원안은 현 법체계 안에서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법적 분쟁에서 사용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원사업주가 시행을 주저해 온 시설이용,산업안전 조치,교육훈련,소통을 위한 대화채널 구축 등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뿐 아니라 원청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안은 본격적인 노 · 사 · 정 논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른 시일 내에 노 · 사 · 정 합의안이 마련돼 현장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권익 및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토대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박영범 < 한성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