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웃도어 업체 몽벨은 지난 3월 53g짜리 재킷을 선보였다. 일본 도레이가 2008년 상용화한 7데니어 원사를 적용했다. 기능성을 중시하는 노스페이스도 작년부터 미국과 한국 제품에 한해 일본 퍼텍스의 7데니어 원사를 사용,재킷을 만들고 있다. K2는 재킷류 40% 정도에 10~20데니어 원사를 쓰고 있다. 국내 화섬업체 중에서는 효성이 1년여 연구 끝에 작년 초 7데니어 원사 생산에 성공했다. 신영철 코오롱스포츠 기획팀 과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75데니어 원사를 사용해 재킷을 만들었는데 7데니어까지 내려왔다"며 "초경량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데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더 가볍게 데니어 낮추기 경쟁

소비자들이 조금 더 가벼운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국내 화섬업체들이 초경량 신소재 개발에 힘쏟고 있다. 업계에선 데니어 경쟁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7데니어 아래로 내려가면 옷의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섬업체들은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코오롱FM)은 실 가운데 구멍을 뚫은 빨대 모양의 원사 '파이로클(PYROCLE)'을 개발했다. 실 안이 비어 있는 비율이 30~35%로 일반 원사(15~17%)의 2배 이상으로 그만큼 가볍다. 코오롱 관계자는 "비어 있는 공간에 공기가 채워져 겨울철 보온용 소재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효성은 작년 신기술이 적용된 원사 '아쿠아 X'를 출시했다. 성효경 마케팅 팀장은 "아웃도어는 수분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원단 자체에 코팅을 하는 등 별도의 공정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쿠아 X'에는 이런 기능들이 포함돼 있어 추가 공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웅진케미칼은 아웃도어 중 바지에 주력하고 있다. 보통 등산용 바지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에 스판덱스를 결합해 제작되지만 신축성 폴리에스터를 개발,스판덱스 무게만큼을 줄였다.

◆2013년 고어텍스 따라잡는다

국내 화섬업체들이 고기능성 원사 · 원단 등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원사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재킷은 '고어텍스',바지는'쉘러',티셔츠는 '쿨맥스'.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자조 섞인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유럽에서 생산된 소재가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성의 '에어로쿨',코오롱FM의 '쿨온'과 같이 국내 업체들도 브랜드화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바지는 이제 국내 제품이 오히려 더 좋은 수준이고 티셔츠 원단도 거의 다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FM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FNC코오롱,의류 업체 파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숨쉬는 섬유'를 개발 중이다. 효성은 태양광을 흡수해 열을 발생시키는 폴리에스터 · 나일론 원사,휴비스는 흡한속건(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를 빨리 시키는) 기능 외에 자외선 차단,항균 기능이 첨가된 신소재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노환권 코오롱FM 연구소장은 "2013년이 되면 미국 고어텍스와 대등한 방수기능에 땀을 발산시키는 능력은 최대 2배 이상인 기능성 소재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데니어

denier. 원단에 사용된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1데니어는 원사 1g에서 실 9㎞를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7g의 원사에서 9㎞의 실을 뽑으면 7데니어다. 데니어가 낮을수록 실이 가늘어지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김동욱/조재희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