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물러날 것처럼 보였던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내년 초쯤 퇴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기 퇴진을 요구하던 여야 의원들은 '속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간 총리의 퇴임 시기를 놓고 일본 정계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간 총리는 2일 밤 기자회견에서 퇴임 시기와 관련,"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로드맵에서 제시한 냉온정지 상태가 완료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4월 발표한 원전 정상화 로드맵에서 원자로 온도가 섭씨 100도 미만으로 낮아져 방사성 물질의 방출이 억제되는 이른바 '냉온정지' 시기를 '10월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으로 잡았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현재의 원전 복구 속도로 볼 때 올해 안에 냉온정지 상태에 완전하게 진입하긴 어렵다"며 "내년 1월까지 집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과 함께 내각불신임 결의안에 찬성 의향을 밝혔다가 간 총리의 '조기 사임' 발표 이후 반대로 돌아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간 총리가 이달 중 퇴진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배반당했다. 인간으로서 최저이며 쓰레기 같은 짓"이라고 격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가 조기 퇴진하지 않을 경우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움직임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권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참의원에서 총리 문책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간 총리가 내년 1월 사임을 시사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총리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야권이 반발하고 있어 당내 혼란과 국회 운영의 파행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민주당은 중의원 표결이 끝난 뒤 상임간사회를 열고 야권이 제출한 내각불신임 결의안에 찬성한 오자와계의 마쓰키 겐코(松木謙公) 중의원 등 두 명을 제명 처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