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28일 감사원을 퇴직한 4급 A씨는 진흥저축은행 사외이사로 퇴직 당일 재취업했다. 감사원 고위 간부급 출신인 B씨와 C씨는 퇴직 후 불과 3일 만에 또 다른 저축은행 감사로 갔다. 금융감독원 고위 퇴직자의 상당수도 퇴직한 달에 저축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저축은행 비리사태가 금감원 금융위원회 감사원 등 주요 감독기관 전 · 현직 고위직들이 연루된 복마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28명의 퇴직 고위 공무원이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3일 공개한 행정안전부의 '2008~2011년 4월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은 28명에 달했다. 감독 주체인 금융감독원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감사원 3명,검찰청 2명과 국정원 국세청 기획재정부 소방방재청 등 정부기관 출신 퇴직자들의 저축은행 재취업이 러시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감사원 고위 공무원이 저축은행 재취업자의 50%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관 퇴직자의 재취업 행태는 도를 넘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타 정부기관 출신자의 경우 길게는 2년까지 공백기를 거쳐 재취업한 반면 금감원 감사원 출신은 퇴직과 동시에 옮기는 기민함을 보인 것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