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직의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퇴직 후 1년간 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윤리제도 강화 방안을 정부가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법무법인(로펌) 취업을 제한하거나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연관성을 따지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문제점으로 부각된 공직자의 로비행위 자체를 전면 제한하지 않아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직 1년간 활동 제한…10월 시행

고위 공직자의 경우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 업무 중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는 퇴직 후 1년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1+1 쿨링 오프(cooling off)' 제도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퇴직 후 1년간은 업무활동 내역을 취업 기관장의 확인을 거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토록 했다.

장 · 차관이나 1급,지방자치단체장,공기업 기관장 등 고위급은 취업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퇴직 후 1년간은 민감한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재직 중 본인이 직접 담당한 사안은 아예 다룰 수 없도록 해서 공직자가 퇴직하자마자 입장을 반대로 바꿔 법무법인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공직 퇴임 변호사의 사후 관리도 강화된다. 불법 로비와 수임제한 위반 사례에 대해 신고받는 전관예우 신고센터를 법무부에 설치하고 전관예우 방지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강화한다. 검사장급 등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퇴직 후 1년 내 선임된 검찰수사 사건은 최종 근무기관에 관계없이 철저히 감독한다.

퇴직 공직자에 대한 사기업 취업 제한 등 전관예우 근절 방안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이달 중 완료되고 오는 10월 시행령이 마무리되는 대로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매출 300억원 로펌 · 회계법인 취업제한

정부는 매출액이 300억원이 넘는 법무법인(법무조합도 포함)과 회계법인도 취업심사 대상에 넣어서 전직 총리까지 거리낌없이 고문으로 옮겨가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작년 말 현재 매출액 300억원 이상 법무법인은 김앤장 광장 세종 등 12개사,회계법인은 딜로이트안진 삼일PwC 등 5개사다.

공직자들이 퇴직 이후를 대비,'경력세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업 심사시 업무연관성을 따지는 기준 시점을 퇴직 전 3년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현행 취업심사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조직적으로 퇴직 전 보직 관리를 해서 취업제한 기준을 피한 데 따른 조치다.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 사건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금감원의 경우 취업심사 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 실무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경우 일부 부서는 7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외 이사와 고문 등도 취업심사 대상 직위로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자 취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 자료 제출 협조 의무를 신설할 방침이다. 또 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퇴직 공직자나 취업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관예우 관행을 막으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다거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유진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관예우 근절안에 알선 · 청탁 행위 제한만 들어간 수준이며 그나마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황규경 법무법인 KCL 변호사는 "전관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측면은 이해되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공직자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측면도 있다는 인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