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전관예우를 근절하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약하고 포괄적인 규정도 적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근절안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 중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를 퇴직 후 1년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제한제도'는 정부 내에서조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당행위를 적발하기 어렵고,업무의 연관성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소지도 논란거리다.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선진국은 취업제한보다는 로비 행위를 아예 제한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 정부안은 알선 · 청탁 행위 제한만 들어간 수준"이라며 "위헌 소지를 줄이기 위해 취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는 로비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위헌 논란 탓에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막는 조치를 취했다가 소송이 진행되면 '직업 선택의 자유' 때문에 패소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가 취업제한 결정에 반발,소송을 제기한 경우 지금까지 공직자윤리위는 단 한 차례도 승소하지 못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패소 우려 때문에 공무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허용률이 97%에 육박한다"며 "패소와 위헌성 논란으로 인해 취업심사 대상과 업무 연관성 기준시점을 확대해도 전관예우 근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품지만 당사자인 공직자들이 느끼는 반응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10월 시행 계획으로 추진 중인 '전관예우 근절안'에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 탓에 금융감독원 등 소위 '힘있는 부처'를 규제하려던 법안이 전 부처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고위 공무원 출신 한 대기업 임원은 "장 · 차관을 지낸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숱한 경쟁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라며 "이런 분들의 전문성을 살려야 해당 기업은 물론 사회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강화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현직 공무원들과 대형 로펌 · 회계법인은 더 비판적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퇴직 후 취업이 어려워지면 현직에 있을 때 노후 대비책을 세우기 위한 불법과 탈법이 성행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도 "법률시장 개방으로 외국 법률회사와 경쟁해야 할 판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퇴직 공직자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 손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성미/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