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역부(積水易腐).'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뜻이다. 최근 한 달간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이 3일 배포한 내부 소식지 '금감원 이야기'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일종의 반성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들의 얘기다.

권 원장은 최근 있었던 금감원의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의 벽'을 허문 인사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또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국민이 금감원의 실수에 대해 왜 그토록 너그럽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공정성을 잃은 적은 없는지,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대했는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립 이후 최대 위기상황을 맞아 철저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원점에서부터 쇄신해야 한다"며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금감원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기구는 태생적으로 칭찬을 듣기 어렵고 비난을 받기 쉬운 조직이지만 프로의 자세로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처리한다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며 "우리가 스스로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세로 사명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신뢰받는 금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권역을 뒤섞는 인사 이동의 후속조치로 올해부터 직원의 근무평가를 이원화하기로 했다. 부서장이 부원을 평가할 때 다른 권역에서 옮겨온 직원을 기존 직원과 분리해 평가하고,팀장이 팀원을 평가할 때는 다른 권역에서 옮겨온 직원이 전체 팀원의 평균점수보다 높게 받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권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게 만들어 권역별 교차 인사가 잘 정착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