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내용을 전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이 만족스러웠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민생 문제 논의에 상당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정치관련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대 55분을 포함, 모두 2시간20분 동안 회동하면서 민생 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여당 안팎의 시각이다.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그 이후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두 사람이 심도 있게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표 직접 브리핑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정치 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어 "그런 선상에서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꼭 그렇게 힘써달라"며 "한나라당도 무엇보다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선거를 위해 이런 목표를 두고 하는게 아니라 민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게 심각하다"며 "경기 상승세는 지속돼야 하지만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둬 성장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닿을 수 있도록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민생,저소득층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박 전 대표는 "당직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역할을 해 나가면 된다"며 '7 · 4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해달라"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친이,친박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말이 나오면 안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문제를 비롯한 대북 정책 논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는 "정부가 조만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활동공간 넓어진다"

친박계는 회동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긍정 평가를 내렸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현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정책적 차별화를 해도 이 대통령이 이해하겠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회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55분간 독대를 했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며 "두 분이 '정치적 만리장성'을 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회동을 계기로 대선주자로서 본격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친박계 의원들은 전망했다. 무엇보다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된다. 재 · 보선 패배와 여권의 지지율 하락은 당이 민생을 챙기는 데 부족했고 계파 간 갈등을 통합하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이라는 게 친박 측의 해석이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