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 60대 작가들의 '노년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60대 이상 원로 작가들의 작품들이 최근 서점가에 나오며 속속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로 작가들의 책을 찾는 독자들은 책을 펼쳐보지 않고 신작을 사가는 것이 특징" 이라며 "원로 작가들의 수십년 '내공'이 젊은 독자들에게도 통한다. 이들의 신작을 읽은 젊은 독자들이 같은 작가의 전작을 찾는 것도 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 10년만에 컴백, 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권'

370만 독자를 끌어 모은 인문도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창작과 비평)가 10년 만에 6권으로 돌아왔다.

전 문화재청장이자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인 유홍준 씨(62)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를 내놨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예술가와 장인들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유 교수는 신작에 경복궁 복원 이야기와 함께 경북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합천, 충남 부여·논산·보령 일대의 이야기를 실었다.

5월 초 출간 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권은 출간 열흘 만에 총 7쇄 10만부 이상을 발간했다. 시판 후 6주째 베스트셀러 10권에 들며 '스테디셀러' 대열에 올랐다.

◆ 최인호,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8위 기염

암 투병 중인 작가 최인호(66)가 2006년 ‘제4의 제국'이후 5년 만에 신작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여백미디어)를 발표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토요일 아침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K가 자신의 일상이 조작됐음을 깨닫고 사흘 동안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수십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최인호 작가의 첫 번째 전작 장편 소설이다.

또 30년 가까이 역사, 종교소설에 몰두했던 작가가 현대소설로 회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인호 작가의 신작은 출간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8위로 진입했다. 꾸준히 베스트 셀러 순위권에 들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 칠순 앞둔 황석영, 반세기 만에 '만년 문학' 첫 걸음

소설가 황석영 씨(68)도 새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문학동네)으로 컴백했다.

'낯익은 세상'은 모든 욕망의 최종지인 쓰레기장, '꽃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꽃섬'에 흘러든 14살 소년 '딱부러기'의 성장기에서 희망을 찾았다.

중국 리장에서 집필중인 황 작가는 그 곳에서도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의 '낯익은 세상'을 보았다고 씁쓸하게 회상했다.

이 책은 황씨가 고등학생이던 1962년 '입석 부근'으로 문단에 나온지 50년 만에 발표한 작품이다. 반세기 동안 한국 리얼리즘 문학을 이끌어온 황석영은 이번 신작으로 '만년문학'에 첫 발을 들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정래 씨(68)도 장편소설 '황토'(해냄)를 출간했다. '황토'는 조정래 씨가 1974년에 쓴 중편을 새로 써 장편으로 내놓은 것이다. 원고지 200여장을 보태고 문장을 다시 가다듬는 등 전면 개작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1975년경)를 오가는 구조다.

조씨는 “여자,땅,민족,황토(한반도의 색)를 동의어로 보고 애비 없는 피다른 자식을 키우는 한 여자의 수난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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