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움직임에 "수사 정상 진행"

김홍일(55.사법연수원 15기) 대검 중앙수사부장(검사장)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중수부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 부장에게 사실 이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중수부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먼저 구속한 정관계 고위급 인사인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김 부장이 지난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팀에 있을 때 막내 검사로 데리고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이후에도 1990년대 중반 수도권 지청 등에 근무할 때 은 전 위원과 인연이 계속됐다.

2007년 BBK 사건 때 김홍일 검사장은 수사팀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고 은 전 위원은 BBK 의혹 대책팀장을 맡고 있어 다시 만났다.

김 부장은 은 전 위원이 금품수수 비리에 연루되자 "잘 아는 후배인데…"라며 씁쓸해하면서도 더는 언급이 없었다.

김 부장은 은 전 위원에 대해 소환조사 직후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공을 택했다.

은 전 위원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야권에서는 김홍일 부장에 대해 `BBK 보은 인사'라며 심심찮게 공세를 펴왔다.

이런 가운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 소위원회는 지난 3일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소식이 날아들자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석 달째 밤샘 강행군을 계속해온 중수부 수사팀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팀 내부에서 "공공연한 수사방해"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이런 상황에서 수사는 해서 뭣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홍일 부장은 그러나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법제화 합의 이후 이틀이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수사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명료하게 현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지극히 정상대로 진행한다'는 말을 두 세 번 되풀이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정치권과 검찰의 정면 충돌 움직임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관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의 입장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찰 내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일이며 저축은행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자신이 중수부 입장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이다.

김 부장은 "오늘 일부 수사진을 쉬게 한 것은 3월부터 계속 수사를 하다 보니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검사도 있고 실제로 쓰러진 검사도 있다.

그래서 쉬게 한 것뿐이다.

연휴와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중수부 수사팀은 3월15일 부산저축은행 계열은행 압수수색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수사에 매진해왔다.

이처럼 휴식 없는 수사 일정 탓에 검사 한 명이 한 때 입원하는 등 팀원들이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이번 수사에 명운을 건듯한 태세다.

`입맛 돌아오니 쌀 떨어진다'며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김 중수부장이 앞으로 어떻게 저축은행 수사를 지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