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줄 알았는데…" 구본준 부회장도 놀랐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법인 도쿄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구 부회장이 1990년대 초 도쿄사무소 이사로 근무할 당시 연구원이던 이소노 가쓰오 고문(67)이 아직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어서였다.

소니에서 15년을 일한 이소노 고문은 1981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도쿄연구소를 만들 때 합류했다. 정년(60세)을 넘겨 올해로 꼭 30년 근속한 셈이다.

LG전자엔 이소노 고문 외에도 장기 근속하고 있는 일본인 연구원이 꽤 된다. 도쿄연구소에만 15년 이상 재직 중인 연구원이 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에서 옮겨왔다. LG가 포기하지 않고 일본 TV시장을 공략하는 힘도 이 같은 국경 없는 '인재 경영'에서 나왔다. LG전자는 2008년 철수했던 일본의 TV시장에 작년 11월 재진출했다. 대형 LED TV를 주력으로 5년 안에 시장점유율 5%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이소노 고문은 전자제품을 작고 가볍게 만드는 핵심 기술인 전원회로 전문가다. 도쿄연구소에서 TV 및 에어컨용 인버터와 컨버터 등의 연구를 도맡았다. 컬러TV 디지털TV PDP-TV 등의 개발에도 대부분 참여했다. 1980년대 초반 그가 개발한 게임 모니터는 LG전자 모니터사업부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소노 고문은 60세가 되던 2004년 정년퇴직할 계획이었다. 회사는 TV 부문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그를 놔주지 않았다. 최고 기술을 가진 인재는 국적을 떠나 놓칠 수 없다는 경영 방침 때문이다. 이규홍 일본법인 사장은 "소비자 눈이 까다로운 일본에서 뿌리내리면 세계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다"며 "이소노 고문 같은 인재가 있는 도쿄연구소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