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3)을 이틀 연속 강도 높게 조사했다. 7일에도 세 번째 소환해 비자금 200억여원 조성과 내부자 거래를 통한 주식투자 100억여원 손실 회피 혐의를 집중 추궁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그러나"금호아시아나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내부자 거래를 유도한 의심이 든다"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6) 측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지난 4일 오후 3시쯤 박 회장을 두 번째 소환해 2시간반가량 짧게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전날 출두하면서 금호아시아나 쪽으로 의혹의 화살을 돌렸던 박 회장은 이날 재소환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7일 오전 10시 다시 한번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 대기업 총수를 세 번이나 조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수사에서도 세 차례 소환했지만 이때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오랜 조사로 피로가 누적돼 조사를 빨리 마쳐달라는 피의자 측 요청이 있었다"며 "확인할 내용이 많아 재소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 3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15시간가량 조사했다. 박 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추가 소환조사에서 보강 심문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비자금 조성의 배후로 일관되게 금호아시아나 측을 지목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검찰은 회사가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거래장부를 조작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는데 차명계좌에서 우리 쪽으로 흘러들어간 게 없다"며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를 언급하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회장이 2009년 '형제의 난' 전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할 때도 그룹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었고 임원들 상당수가 그쪽에 서있었는데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따로 비자금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100억여원 내부자 거래와 관련해서는 아예 보도자료를 내고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금호아시아나 측으로 돌렸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그룹의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알지 못한 채 2009년 6월15일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했다"며 "금호아시아나가 같은 달 29일 대우건설 매각 공시를 긴급히 한 것은 박 회장을 내부자 거래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호아시아나 측의 내부자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 측도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하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수했는데 오히려 금호산업의 미공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박삼구 회장 측에 대한 조사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