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독립성 확보와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감사원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위원 외에 또다른 연루자가 나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어 대책 발표도 사실상 지연될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감사운영개선대책 태스크포스(TF) 실무진이 주말에 개선안 초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다음주 중 내부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 전 감사위원의 구속에 이어 로비스트 윤여성씨가 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이었던 하복동 감사위원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까지 알려지면서 감사원 내부적으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선안을 발표한 뒤 자칫 또다른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거나 비리 연루자가 나올 경우 감사원의 위상을 회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직 기강확립 의지를 밝힌 지 불과 열흘만에 은 전 감사위원의 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사원의 체면은 이미 구겨진 상태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일단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개선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 등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국회와 검찰간 논쟁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선안은 실제 회계검사ㆍ직무감찰을 수행하는 사무처와 사무처가 제출한 감사 결과를 심의ㆍ의결하는 감사위원회의 구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저축은행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처리가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된 만큼 감사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도 "너무 늦어지는 정의는 더이상 정의가 아니다"며 "감사반이 현지 실사를 한 뒤 사후 처리하는 기간이 굉장히 긴데 여러 단계를 축소해야 될 필요가 있어 해당 부서에 방안을 마련하도록 얘기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 결과 처리 단계를 일일이 점검하며 단축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각각 장ㆍ단점이 있어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만약 처리 기간을 단축해 감사 결과를 신속히 발표했다가 자칫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라도 받게 될 경우 감사원의 위상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감사 결과 처리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직원을 독려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며 신중히 따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