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시대 '선도' 만이 살 길이다
정보통신산업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려는 선구자들에 의해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 오랜 기간 인류의 상상 속에 머문 이상을 현실로 구현하고,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가는 진화의 응집체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정보통신이다.

199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역사는 남들이 앞서 개척한 미래를 우리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으로 추격하는 과정이었다. 1980년대 전전자교환기인 TDX 기술개발을 필두로 1990년대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상용화,2000년대 이후 정보통신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나라의 모범적인 모델로 추앙받게 됐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에서 세계 유수의 경쟁지위를 확보한 결과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 빅뱅으로 인해 기술주기가 짧아지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정보통신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 이제까지 산업정책의 변화를 통해 체득한 교훈은 추격을 넘어 미래를 앞서 창출하는 것이 최선의 생존과 번영전략이라는 점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대적 소명을 바탕으로 태동한 것이 바로 '기가 코리아(Giga KOREA)'다.

기가 코리아는 2020년의 국가 미래를 염두에 두고 '스마트 코리아' 실현을 목표로 추진되는 차세대 정보통신 혁신사업을 의미한다. 현재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기가급 유 · 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초고품질 실감형 멀티미디어 정보가 유통되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기가 코리아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실감(4D) 미디어 보급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면서 국부증진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3차원(3D)을 넘어 초고속 이동상황에서 홀로그램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학습자의 자기주도형 몰입교육과 박물관에서 홀로그램 기반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해지고,지능형 로봇과 결합해 고정밀의 정보기술(IT) 융합생산 시스템 구축이 촉진된다. 감성기반 소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유행하며 특히 스마트 헬스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미 선진국은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실감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앞선 나라인 일본은 기가급의 유 · 무선 망과 홀로그램 상용화 연구 · 개발(R&D)을 위해 향후 수년간 총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연구 · 개발 선도를 위해 개방형 혁신을 강조하는 유럽연합(EU)의 추진동향을 살펴볼 때 기가 코리아는 선택이 아닌 국가 차원의 필수전략이다.

기가 코리아의 성공적 순항을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산 · 학 · 연의 지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KOREA,U-KOREA가 정보통신 강국의 초석이 됐던 것처럼 기가 코리아가 국가발전과 삶의 질 고양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의 자원과 역량이 또다시 결집돼야 한다. 고속도로 건설로 일일 생활권을 조성하고,KTX를 통해 전국을 반일 생활권으로 만든 것처럼 기가 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지구촌 전역을 초생활권으로 엮어 온 인류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가 코리아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미래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다. 그것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이후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짊어진 국제사회에서의 책무이기도 하다. 실감 미디어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 · 개발 기반이 시급히 조성돼야 할 이유이다.

김흥남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