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의 노총각 A씨.스마트 냉장고를 장만한다. 음식물이나 식재료를 넣으면서 유통기한과 종류 수량 등을 동시에 입력한다. 이 정보는 데이터센터에도 저장된다. 외부에서 태블릿 PC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여자친구가 모처럼 온다고 한다. 큰 마음(?) 먹고 닭백숙을 하기로 한다. 필요한 식재료를 몇가지 구입해 귀가한 뒤 오븐의 디스플레이를 켠다. 메뉴창에 닭백숙을 입력하자 단계별 조리법이 화면에 뜬다. 디저트로 결정한 초코케이크도 같은 방식으로 굽는다. 식탁 앞에서 다정하게 찍은 두 사람의 사진을 데이터센터로 보낸다.

◆경쟁축 콘텐츠로 급속 이동

삼성전자가 구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은 한마디로 'N스크린 종결자'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기들을 연결해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토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TV에서 사용하는 음악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에서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삼성은 이를 '올셰어(Allshare)'라고 부른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각각의 스마트 기기들이 갖고 있는 모든 콘텐츠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서비스사업은 충분히 예견돼온 것이다. 세트제품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포인트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다시 콘텐츠로 급속히 이동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모바일미에 이어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이고 구글이 최근 클라우드 기반의 크롬북을 출시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운용체제(OS)를 통합한다고 발표한 것도 완제품의 경쟁구도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내놓은 '구글TV'는 전통적인 TV에 CPU와 저장장치를 탑재하고 인터넷과 연결하면 PC와 동일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오디오 냉장고 세탁기 조명기기 등에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와 IT기기의 결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N스크린 종결자 나선다

삼성의 클라우드 사업은 애플 구글보다 늦기는 했지만 이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의 강자이면서도 세계 1위 스마트TV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가전업체의 위상을 동시에 갖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에 규모의 경제효과를 활용하면 애플 구글 못지않은 콘텐츠를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디바이스가 여러 개 있으면 그만큼 콘텐츠 공급업체들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를 해와 콘텐츠 수급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범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바다'라는 독자 플랫폼 전략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전 세계 고객들을 자사 브랜드로 결집시키는 '가두리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특정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의 서비스로 옮겨가기 어렵다.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완전히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 클라우드 사업의 최대 경쟁력은 방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통합과 세계 유일의 종합전자회사라는 강점을 앞세운 N스크린 전략 구현의 용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의 리스크로 거론돼온 다양한 사업군이 콘텐츠 전략에선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애플이나 구글도 무시할 수 없는 저변"이라고 말했다.

☞ N스크린

N screen.스마트폰,태블릿PC,TV,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콘텐츠를 끊김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N은 연결되는 미디어 기기의 수를 의미하며,스마트폰-컴퓨터-TV 등 3개가 연결되면 '3-스크린'이라고 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