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EO 경영교실] 승리에 집착하면 '승자의 저주'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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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승자의 저주' 피하기'
'승자의 저주' 피하기'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행동경제학에서도 통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승자의 저주'라고 말합니다.
#잃은 것 더 많은 피루스의 승리
'승자의 저주'라는 말은 1971년 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에서 근무한 세 명의 엔지니어가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승자의 저주'와 비슷한 개념은 고대부터 있었습니다. '피루스의 승리'라는 것입니다. 기원전 고대 에피루스의 피루스 왕이 로마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너무 많은 병사를 잃게 된 데서 나온 말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어떤 상황에서 많이 발생할까요. 한 가지 실험을 예로 들어보죠.빈 병에 동전을 넣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돈을 부른 학생이 그 병에 있는 동전을 가져가게 됩니다. 그런데 경쟁을 하다보면 병 안에 들어 있는 동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입찰금액으로 제시해서 낙찰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5만원이 든 병을 6만원에 낙찰받아 손해를 보게 되는 식이죠.
이런 '승자의 저주'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석유 시추권 경쟁이나 기업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의 과다지출,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너무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나서 나타나는 문제들,프로야구 자유계약 선수를 놓고 각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렸지만 계약 후 실력이 연봉에 못 미치는 현상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이렇듯 갖가지 경쟁상황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것을 지불,결국은 승리가 손해를 가져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이유
'승자의 저주'는 왜 일어날까요. 사람들이 처음 게임에 참여했을 때는 나름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은 자신이 처음에 갖고 있었던 기준을 초과,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양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에서 일어나는 '승자의 저주'는 대부분 기업이 갖고 있는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나타납니다. 경매 등의 경쟁에 임할 때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되도록이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본인 스스로 '내가 혹시 승리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컨트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면서 적어도 내가 얻으려고 하는 것,즉 대상에 대한 가치평가적인 면을 향상시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너무 많은 경쟁자가 입찰하는 경우 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군중심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이 경쟁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열양상을 띠게 됩니다. 많은 입찰자가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고,입찰에 임할 때는 입찰가격을 적정한 선에서 조정하는 전략(bid shading)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인수 목적을 분명히 하라
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다른 기업을 인수한 뒤 유동성 위기가 발생,오히려 그룹 자체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왜 그 기업을 인수해야 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전 세계 기업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9% 정도만이 M&A를 하면서 인수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40% 이상은 왜 인수해야 하는지 명확한 인식도 없이 M&A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은 출혈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지프 바우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M&A를 하고자 할 때 다섯 가지 목적에 해당되면 뛰어들되,그렇지 않으면 자제하라"고 말합니다. 다섯 가지 목적으로는 △공급 과잉 해소 △세분된 시장 통합 △통합으로 상품이나 시장을 새롭게 획득 △연구 · 개발(R&D) 역량 확보 △새로운 산업 진입을 꼽고 있습니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M&A에 끼어들게 되면 '승자의 저주'에 의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똑한 경쟁이 저주를 푼다
기업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우량고객,신규고객을 확보한다거나 전환 유치 자금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경쟁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규고객은 얻었지만 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보다 자신이 지불한 비용이 더 큰 경우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과열 양상이 벌어질 경우에는 '승자의 저주가 바로 내 앞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옮겨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고려대 대학원 마케팅 석.박사 △코래드 광고기획팀,리앤디디비 마케팅연구소 소장 △현재 동서대 브랜드경영센터장,한국 브랜드관리사회 부회장 △저서 '마케팅 리더십' '선택받는 나'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잃은 것 더 많은 피루스의 승리
'승자의 저주'라는 말은 1971년 미국의 종합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에서 근무한 세 명의 엔지니어가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승자의 저주'와 비슷한 개념은 고대부터 있었습니다. '피루스의 승리'라는 것입니다. 기원전 고대 에피루스의 피루스 왕이 로마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너무 많은 병사를 잃게 된 데서 나온 말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어떤 상황에서 많이 발생할까요. 한 가지 실험을 예로 들어보죠.빈 병에 동전을 넣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돈을 부른 학생이 그 병에 있는 동전을 가져가게 됩니다. 그런데 경쟁을 하다보면 병 안에 들어 있는 동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입찰금액으로 제시해서 낙찰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5만원이 든 병을 6만원에 낙찰받아 손해를 보게 되는 식이죠.
이런 '승자의 저주'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석유 시추권 경쟁이나 기업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의 과다지출,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너무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나서 나타나는 문제들,프로야구 자유계약 선수를 놓고 각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렸지만 계약 후 실력이 연봉에 못 미치는 현상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이렇듯 갖가지 경쟁상황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것을 지불,결국은 승리가 손해를 가져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이유
'승자의 저주'는 왜 일어날까요. 사람들이 처음 게임에 참여했을 때는 나름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은 자신이 처음에 갖고 있었던 기준을 초과,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양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에서 일어나는 '승자의 저주'는 대부분 기업이 갖고 있는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나타납니다. 경매 등의 경쟁에 임할 때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되도록이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본인 스스로 '내가 혹시 승리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컨트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면서 적어도 내가 얻으려고 하는 것,즉 대상에 대한 가치평가적인 면을 향상시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너무 많은 경쟁자가 입찰하는 경우 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군중심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이 경쟁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열양상을 띠게 됩니다. 많은 입찰자가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기고,입찰에 임할 때는 입찰가격을 적정한 선에서 조정하는 전략(bid shading)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인수 목적을 분명히 하라
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다른 기업을 인수한 뒤 유동성 위기가 발생,오히려 그룹 자체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왜 그 기업을 인수해야 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전 세계 기업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9% 정도만이 M&A를 하면서 인수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40% 이상은 왜 인수해야 하는지 명확한 인식도 없이 M&A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더 많은 출혈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지프 바우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M&A를 하고자 할 때 다섯 가지 목적에 해당되면 뛰어들되,그렇지 않으면 자제하라"고 말합니다. 다섯 가지 목적으로는 △공급 과잉 해소 △세분된 시장 통합 △통합으로 상품이나 시장을 새롭게 획득 △연구 · 개발(R&D) 역량 확보 △새로운 산업 진입을 꼽고 있습니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M&A에 끼어들게 되면 '승자의 저주'에 의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똑한 경쟁이 저주를 푼다
기업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우량고객,신규고객을 확보한다거나 전환 유치 자금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경쟁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규고객은 얻었지만 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보다 자신이 지불한 비용이 더 큰 경우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과열 양상이 벌어질 경우에는 '승자의 저주가 바로 내 앞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옮겨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고려대 대학원 마케팅 석.박사 △코래드 광고기획팀,리앤디디비 마케팅연구소 소장 △현재 동서대 브랜드경영센터장,한국 브랜드관리사회 부회장 △저서 '마케팅 리더십' '선택받는 나'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