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경제신문이 7일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경제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8명 중 9명이 연 3.0%인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50%가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지만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도 8명(44.4%)으로 적지 않았다. 나머지 1명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기준금리 동결과 인상 전망이 엇비슷하게 나온 것은 물가 불안 속 경기 둔화(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3 불안…금리 동결 전망

금리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9.1%로 두 달 연속 오르고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0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 동반 하락,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박기홍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는 그리스 채무 재조정에 따른 유럽 리스크와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중국의 긴축정책 등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축은행 및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될 조짐"이라며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비해 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유지해 상승 압력이 줄었다는 평가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물가가 안정돼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 3월 4.0%에서 4월 3.9%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4%대 물가…금리인상 가능성 배제 못해

금리 인상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아지는 등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로는 보합세였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4.1% 오르면서 5개월 연속 4%를 넘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3.5% 상승,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서비스물가가 주도하는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시장에 주는 신호가 명확하지 않아 금리 전망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최근 한은의 금리 결정이 일반적인 예상에서 벗어난 적이 많았다"며 "금리 인상 요인과 동결 요인이 혼재해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적정 기준금리 연 3.77%"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들의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하향조정됐다. 한은이 지난 4월과 5월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진 데 따른 것이다. 응답자 18명 중 8명이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낮췄다. 7명은 종전 전망치를 유지했고 3명은 답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예상치 평균은 종전 연 3.61%에서 3.48%로 낮아졌고 예상치 범위도 연 3.5~4.0%에서 3.25~3.75%로 낮아졌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선진국 통화정책 등을 고려한 적정 기준금리는 연 3.0%인 지금보다 최대 1%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적정 기준금리를 묻는 질문에 응답한 17명 전원이 금리가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7명은 기준금리가 연 4%는 돼야 한다고 답했고 6명은 연 3.75%,2명은 연 3.5%를 적정 기준금리로 제시했다. 응답자의 평균은 연 3.77%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상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