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통계의 권위' 함정에 빠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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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통계 숫자를 미리 언론에 이야기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국가기밀 누설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겁도 줬다. 최근 1~2년 사이에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정부 발표 하루 이틀 전에 신문 지상에 흘러나오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긴 했다.
중국 정부가 부정확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하긴 수천년간 주판을 사용하며 세계적 거상을 키워낸 사람들이고 보면 숫자에 민감하다고도 할 수 있다. 웬만한 관리들은 각종 수치와 통계를 줄줄이 꿰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중국 정부 스스로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 해소다. 그러나 중국의 실업률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4.5%라는 실업률 목표치만 몇 년째 발표되고 있다.
통계가 발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작되는 경우도 흔하다. 오죽하면 지방정부의 경제성장률 발표치를 믿을 수 없다고 중앙 정부가 지적하겠는가.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사람에게 사석에서 "중국 근무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라는 답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확한 정보 운운하며 언론에 미리 숫자를 흘리는 것을 단속하겠다는 것은 합당한 설명이 못 된다. 권력의 힘을 측정하는 잣대 중 하나는 "고급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수와 통계를 언급하며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담당 실무자들은 관련 통계를 알면서도 윗사람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을까봐 입을 닫는다.
"이번 조치는 나만 알아야 하는 정보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여러사람에게 공유되고,그래서 권력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하지만 불투명성은 불신을 키운다. 감춰서 통제하는 것보다 공개해서 정부와 권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중국 정부가 부정확한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하긴 수천년간 주판을 사용하며 세계적 거상을 키워낸 사람들이고 보면 숫자에 민감하다고도 할 수 있다. 웬만한 관리들은 각종 수치와 통계를 줄줄이 꿰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중국 정부 스스로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 해소다. 그러나 중국의 실업률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4.5%라는 실업률 목표치만 몇 년째 발표되고 있다.
통계가 발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작되는 경우도 흔하다. 오죽하면 지방정부의 경제성장률 발표치를 믿을 수 없다고 중앙 정부가 지적하겠는가.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사람에게 사석에서 "중국 근무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라는 답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확한 정보 운운하며 언론에 미리 숫자를 흘리는 것을 단속하겠다는 것은 합당한 설명이 못 된다. 권력의 힘을 측정하는 잣대 중 하나는 "고급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수와 통계를 언급하며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담당 실무자들은 관련 통계를 알면서도 윗사람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을까봐 입을 닫는다.
"이번 조치는 나만 알아야 하는 정보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여러사람에게 공유되고,그래서 권력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하지만 불투명성은 불신을 키운다. 감춰서 통제하는 것보다 공개해서 정부와 권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