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3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해비치컨트리클럽을 통째로 빌렸다.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초우량고객(VVIP) 100여명을 초청하는 골프대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행사 당일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승용차로 모시는 것은 물론 호텔식 최고급 만찬으로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VVIP에 쏟는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골프대회뿐 아니라 음악회나 전시회 등 문화행사에 수시로 초청하고 명절과 생일은 물론 바캉스 시즌 등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깜짝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VVIP 마케팅은 2000년대 초 · 중반 앞다퉈 구축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의해 정밀하게 설계된다. 김동민 롯데 에비뉴엘 팀장은 "구매금액과 연령,성별은 물론 개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해 고객을 세분화해 행사 내용과 초청 대상을 정한다"고 말했다.

한국 백화점들의 우수고객(VIP) 마케팅과 CRM 능력은 일본 백화점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높게 평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CRM 기반이 되는 백화점 카드 회원의 매출 비중이 한국은 70~80%대에 달하지만 일본은 40~50% 수준이다. 김 팀장은 "CRM 시스템은 일본 백화점들이 먼저 구축했지만 이를 받아들여 판촉뿐 아니라 VIP서비스,영업 등에 접목해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킨 곳은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사와다 다로 다이마루백화점 고베점장은 "한국 백화점들이 2009년 불황을 조기에 극복한 요인 중 하나는 VIP뿐 아니라 카드회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비중이 높은 기존 고객들을 계속 끌어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